1200원으로 제주 어디든지 이동
급행ㆍ관광지 순환버스도 운영
준비ㆍ홍보부족으로 혼란 빚어
27일 오전 제주시내 주요 환승정류장 중 한 곳인 제주버스터미널에서 홍모(73) 할머니가 버스정류장에 부착된 버스 노선도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제주시 민속오일시장에 가려고 버스노선도를 봤지만 도저히 찾지를 못하자 불만을 터뜨렸다.
제주도가 3년간 준비 끝에 대중교통체계를 전면 개편해 26일부터 시행에 들어가면서 휴대전화로 제주버스정보시스템(http://bus.jeju.go.kr/)에 접속하면 노선 정보 등을 알 수 있도록 했지만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에게는 무용지물인 탓이다.
홍씨는 “버스를 타고 오일장에 가려 하는데 무슨 버스를 타야 할지 모르겠다”며 “아들에게 전화를 해 물어봤는데 아들도 잘 모르겠다고 해 그냥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제주지역 대중교통체계가 30년 만에 확 바뀌었다. 1,200원이면 제주 어디든지 갈 수 있고, 관광지 순환버스도 운행된다. 이번 대중교통체계 개편은 제주지역 인구와 관광객 증가로 차량대수가 함께 늘면서 생기는 교통혼잡 때문에 연간 5,000억원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고 지역발전의 장애가 되고 있어 대중교통 활성화로 승용차 운행을 줄이는 게 목적이다.
하지만 준비ㆍ홍보 부족과 한꺼번에 대중교통체계가 바뀌면서 크고 작은 시행착오들이 발생하고 있다.
홍 할머니의 사례를 비롯, 일부 정류소에는 제주도가 배치하겠다던 안내원이 없는 가 하면, 새로 바뀐 버스노선도조차 부착되지 않은 곳도 확인됐다. 또 아예 정류소가 설치되지 않아 임시안내판만 세워놓는 등 곳곳에서 준비부족으로 인한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가뜩이나 새로 바뀐 대중교통체계에 혼란스러워하는 버스 이용객들에게 더 큰 불편을 주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대중교통체계의 주요 내용은 시내버스 노선 개편과 요금 단일화, 급행버스 신설, 대중교통우선차로제 등을 꼽을 수 있다.
버스 유형이 간선과 지선으로 두가지로 바뀌고 구간요금제를 적용하던 시외버스가 시내버스가 되면서 버스 요금이 1,200원(성인 기준)으로 단일화 됐다. 두 차례까지 가능한 환승 시간도 하차 뒤 30분 이내에서 40분으로 10분 늘어난다.
현행 644개의 노선은 149개의 노선으로 단순화하고, 대중교통 이용이 불편했던 읍ㆍ면 중산간 지역은 읍ㆍ면지역만 순환하는 공영버스를 45개노선 76대를 운행한다.
급행버스와 관광지 순환 버스도 도입됐다. 급행버스를 타면 도 전역을 1시간 내외에 이동할 수 있다. 급행버스의 기본요금은 2,000원이며, 5㎞마다 요금이 추가된다. 최대 요금은 4,000원이다.
중산간 지역의 주요 관광지와 오름 등을 순환하는 관광지순환버스는 제주시 구좌읍 대천동과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2개 노선에 16대가 운행된다.
도는 또 권역별 주요 거점을 중심으로 환승정류장 24곳을 설치했다. 2022년까지 제주공항과 동광, 대천, 서귀포에 각각 1곳씩 모두 4곳에 대규모 환승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대중교통우선차로제는 가로변 대중교통우선차로제와 중앙 대중교통우선차로제로 구분해 제주도심 일부 구간에 한해 도입됐다. 대중교통우선차로제를 위반하면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다만 홍보, 계도, 적응 기간을 고려해 연말까지 과태료는 부과되지 않는다.
도는 종합상황실을 마련해 9월 11일까지 비상근무를 실시한다. 28일부터 9월 1일까지 5일간은 도내 3,135개 모든 정류소에 공무원을 배치해 대중교통 체계 개편 사항, 노선번호 안내, 출ㆍ도착 시간, 환승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이용자 중심의 제주형 교통체계가 정착될 수 있도록 직접 모니터링 하면서 시행초기 혼란 최소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버스 운영사항과 환승시스템에 정착을 위해 도민 안내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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