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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받은 구호품은 라면 한 개·생수 한 병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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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받은 구호품은 라면 한 개·생수 한 병뿐"

입력
2015.05.03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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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여진 걱정 줄고 귀향 늘어

난민촌 텐트 수 10분의 1로 감소

"공항에는 구호물자 산처럼 쌓여"

부실한 행정에 주민 불만을 높아져

지진 8일째 100세 넘은 노인 구출

확인된 사망자는 7000명 넘어

3일(현지시간) 오후 네팔 카트만두 클라만광장에서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주민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광장의 텐트는 전기와 수도가 복구된 28일을 기점으로 급격히 줄었다.
3일(현지시간) 오후 네팔 카트만두 클라만광장에서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주민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광장의 텐트는 전기와 수도가 복구된 28일을 기점으로 급격히 줄었다.

텐트로 난민촌을 이뤘던 네팔 카트만두 광장들이 예전 모습을 되찾아 가고 있다. 여진 우려가 줄어들고 전기와 수도가 복구되면서 귀가하는 주민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호물자가 제대로 보급되지 않고 카트만두의 도시 기능도 여전히 마비상태라 주민들 불만은 고조되고 있다.

지진 발생 일주일이 지난 3일 오후 카트만두 클라만광장. 한 때 축구장 4개 규모의 광장을 가득 채웠던 텐트 수는 현재 10분의 1 미만으로 줄어들었다. 남은 주민들은 1,000여명 수준. 카트만두에는 클라만광장을 비롯, 약 16개의 난민촌이 있는데 대부분 상황이 비슷하다고 재난구호 관계자들은 전했다. 네팔 전체 난민촌에 남아 있는 주민은 현재 5만여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처럼 주민들이 광장을 떠날 수 있었던 것은 지난달 28일 밤 무렵부터 전기와 수도가 조금씩 공급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진 발생 이후 일주일이 지난 만큼 ‘더 이상 여진을 우려할 정도가 아니다’는 여론도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주민 40여만명이 고향으로 돌아가는 ‘카트만두 엑소더스’ 가 겹치면서 난민촌 축소는 가속화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돌아갈 집조차 없어 난민촌에 남아 있는 주민들의 마음은 더 무거울 수밖에 없다. 지진으로 가족 세 명을 잃고 클라만광장에서 지내고 있는 꾸마르 라마(26)씨는 “돌아갈 집이 있는 사람들이 부럽다. 살던 집을 다시 지을 형편이 못 돼 기약 없이 천막에서 살아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한 평 남짓한 천막에서 한국어 교재를 주경야독 중이던 비살 카르키(21)씨는 “한국으로 가려던 꿈이 지진으로 무기한 연기됐다”며 “하루 빨리 집으로 돌아가 입국 준비를 하고 싶다”고 울먹였다.

구호물자가 주민들에게 신속하게 닿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럭시미 따망(14)양은 “중국, 인도에서 먹을 것이 많이 들어왔다고 했는데 정작 우리는 하루에 라면 한 봉지와 생수 한 병을 받는 것이 전부”라며 “배가 고파 위험을 무릅쓰고 금이 간 집으로 돌아가 먹을 것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라마씨도 “간이화장실이 너무 더럽고 씻을 곳도 없어 환경이 열악하다”고 호소했다. 우기에 접어들면서 거머리나 모기 등 병충이 창궐하며 전염병 확산 우려도 커지고 있지만 이에 대비한 의약품 지급은 전무한 실정이다. 따망양은 “주민들이 불만을 쏟기 시작하니까 정부가 ‘광장에서 나가라’고 억압해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현지에선 구호물자 부족이 네팔 정부의 행정력 부족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국제NGO 관계자는 “공항에는 구호물자가 수북이 쌓여 있지만 정작 주민들은 배고픔에 시달리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며 “복잡한 통관절차 등이 신속한 구호에 장애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이미 맥골드릭 유엔 네팔상주조정관도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세계 각지에서 밀려드는 구호품이 카트만두 공항에 묶여 있다”며 “구호품을 처리하려면 정부가 관세 규정을 완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 비상대책 회의에 참가 중인 한 네팔인도 “네팔 정부에는 대규모 재난을 대비한 메뉴얼이 없다. 주민들이 어떤 것을 필요로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네팔 경찰이 구호 작업을 중앙으로 일원화한다는 이유로 민간 독지가의 물품을 실은 트럭이 피해지역으로 접근하는 것을 막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네팔 국회에서 만난 바부람 본다리 국가비상운영센터장은 “처음에는 업무에 과부하가 걸려 문제가 있었지만 지금은 들어오는 물품을 당일 내로 보급하고 있다”며 “구조작업이 마무리 되는 대로 구호물품 지급과 재건사업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팔 대지진 8일째인 이날 여성 2명과 남성 1명이 기적적으로 구출됐다고 현지 경찰이 전했다. 이들 가운데 2명은 무너진 진흙 가옥 아래에서 묻혀 있었으며, 나머지 1명은 지진 이후 발생한 산사태로 흙에 파묻혀 있다 구출돼 군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와 별도로 또 다른 북쪽 마을에서는 100세가 넘은 노인이 진흙에 파묻힌 가옥 속에서 구출됐다는 소식도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하지만 복구가 진행되면서 네팔 대지진으로 인해 확인된 사망자는 7,000명을 넘어섰다.

한편, 히말라야 원정에 나섰던 경북 구미 산악회 회원 4명이 3일 카트만두로 무사히 복귀했다. 이로써 히말라야 등반과 트레킹에 나섰다가 카트만두로 돌아와 대기중인 한국인은 이들을 비롯 진주 산악회원 6명과 관광객 31명 등 모두 41명이며 조만간 귀국 예정이다.

카트만두(네팔)=글ㆍ사진 장재진기자 blan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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