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부질문 답변서 시종 신중
메르스 구체적 대책 없이 사과만
야당 의원들도 다소 무딘 공세
외교안보 분야도 원론적 답변 반복
19일 황교안 신임 총리의 국회 대정부질문 데뷔전은 무난했다는 평가다. 황 총리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및 부실 청문회 논란에 대해 고개를 숙이고 시종일관 신중한 태도로 임했다. 하지만 통일ㆍ외교ㆍ안보 분야에 대한 황 총리의 답변은 원론적 수준에 머물렀고 야당 의원들조차 날을 세우지 않아 김빠진 맥주를 연상케 했다.
황 총리는 대정부질문 시작부터 청문회에서 제기된 의혹과 관련해 유감을 표명하고 메르스 대응 실패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청문회 과정에서 문제가 됐던 자료 제출 미비에 대해서 그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의원님들에 기대에 못 미치는 것 같아 유감”이라며 “앞으로 더 적극 국회와 소통하도록 힘쓰겠다”고 몸을 낮췄다. 메르스 관련 질문에는 “신임 총리로서 국민들께 송구하다”며 연신 고개를 숙이고 사과를 반복했다.
하지만 메르스 대책과 관련해 똑 부러진 답변을 내놓지는 않았다. 심윤조 새누리당 의원이 정부의 초기 대응 실패를 지적하자 황 총리는 “초기 단계에 격리자 관리 등 일부 미비한 점이 있었다”고 인정한 뒤 “많은 지적들을 감안해 정부가 관리 시스템도 갖추고 선제적이고 광폭적인 대책을 통해 국내외적 우려가 가라앉을 수 있도록 범정부적 노력을 다 하겠다”고 원칙적인 수준의 답변을 내놓았다. 최동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정부의 격리조치 미비에 대해 사례를 들어 따져 묻자 잠시 언성을 높이기도 했지만 황 총리는 결국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수그렸다.
황 총리는 이날 대정부질문 주제인 외교ㆍ안보 분야에 대해서도 교과서적 답변만 반복했다. 5ㆍ24 조치 해제나 대북지원 문제 등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질타에 황 총리는 “의원님의 지적에 공감한다. 다만 현실상 어렵다. 앞으로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에 대해선 “안보와 국익 측면에서 충분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고, 오산 주한미군기지의 탄저균 배송 사고에 대해서도 “가장 급한 것은 진상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으로 어느 단계에 이르면 양국 협의를 통해 국민의 불안이 해소될 수 있도록 조치할 계획으로 안다”고 했다.
대정부 질문에 나선 여야 의원들도 결기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여당 의원들은 메르스 사태를 잘 수습해달라고 당부하는가 하면 구체적인 외교안보 분야 질문은 해당 부처 장관에게 집중하면서 황 총리를 배려하는데 신경을 썼다. 야당 의원들도 황 총리에게 집중포화를 가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질의에 앞서 취임 축하 인사를 건네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대정부 질문) 첫날인데다 분야가 외교안보 분야였기 때문에 공격의 강도가 좀 약한 측면이 있다”며 “22일 경제 분야부터 황 총리에 대한 자질 검증을 더 강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 총리는 이날 대정부질문 정회 중에 취임 인사를 겸해 여야 지도부를 차례로 방문했다. 고교 동창으로 관심을 모았던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황 총리에게 축하 인사 대신 “황 총리와는 두 번(고교, 대학)이나 동창이지만 진짜 동창이 되고 싶은 것이 있다. 사회정의와 민주주의를 지켜내고 확대시키는 데 동창이 되고 싶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황 총리는 이에 “정부와 정치권이 견해가 다른 부분이 있을 수는 있지만 얼마든지 극복해서 공동선 추구가 가능하다”며 “소통 없는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심윤지인턴기자(이화여대 영문과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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