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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땅값 '활화산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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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땅값 '활화산 폭발'

입력
2016.02.2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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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공시지가 전국 최고… 1년 새 19.35%↑

신공항ㆍ중국인 매입ㆍ내륙인구 유입ㆍ투기수요 어울려 폭발… 거품 주의보

제주도는 부동산 투기 세력에 강력 대응하기 위해 공인중개사 등 부동산전문가를 모니터링요원으로 지정해 운영한다. 사진은 제주 제2공항 사업예정지인 서귀포시 성산읍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제주도는 부동산 투기 세력에 강력 대응하기 위해 공인중개사 등 부동산전문가를 모니터링요원으로 지정해 운영한다. 사진은 제주 제2공항 사업예정지인 서귀포시 성산읍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제주 토박이 강성수(42ㆍ가명)씨는 최근 제주에 내 집을 갖겠다는 꿈을 포기했다. 강씨가 살고자 했던 제주 애월읍의 빌라는 2년 전만해도 1억원 초반에 거래되던 것이 이젠 3억원을 줘도 못살 지경이다. 강씨는 “내 집은커녕, 2배 이상이 오른 월세를 걱정해야 할 판”이라며 “제주 땅 값은 미쳤다고 밖에 표현이 안 된다”고 말했다.

제주 땅값이 활화산처럼 폭발하고 있다. 수년 전부터 부동산투자이민제 실시로 중국인 등 외국 자본이 밀려들고 있는 상황에 정부의 신공항 건설계획, 해마다 늘어나는 내국인 이주, 투기수요까지 맞물리며 지난해 제주는 전국 최고의 땅값 상승률을 기록했다. 제주 원주민들조차 싼 집을 구하기 위해 도심 외곽으로 밀려날 만큼 주택문제는 이미 제주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거품을 우려하는 목소리 역시 높아지고 있다.

22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6년 전국 표준지 공시지가’에 따르면, 제주의 평균 공시지가는 작년(9.2%)보다 2배 이상 높은 19.35%의 연간 상승률을 기록, 역대 최고이자 전국 최고 수준을 보였다. 이는 전국 평균(4.47%)은 물론, 2위인 세종(12.9%)보다도 월등히 높은 상승률이다.

제주 지역의 땅값 폭등세는 도ㆍ농을 가리지 않고 있다. 서귀포시(19.63)와 제주시(19.15%)가 각각 작년 252개 시ㆍ군ㆍ구 가운데 1, 2위 상승률을 기록한 것을 비롯, 제주시 노형동(44.53%) 해안동(44.17%) 외도일동(41.32%) 연동(40.29%)과 우도면(66.36%) 성산읍(36.2%) 표선면(31.6%) 남원읍(28.9%) 한경면(25.67%) 애월읍(23.2%) 등에선 더 높은 폭등세를 보였다.

급등의 배경에는 기본적으로 ‘중국인 효과’가 꼽힌다. 수년간 주로 분양형 콘도 매입에 집중했던 중국인들이 최근엔 중소 호텔, 상가, 음식점까지 사들여 직접 운영까지 하는 추세다. 때문에 주로 중국인 소유의 숙박ㆍ음식점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아무리 늘어나도 제주엔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도 많다. 이런 독점성 때문인지 현지에선 “중국인들 사이에선 현지 부동산 시세의 2배 이상으로 매물이 거래된다”는 말까지 돌 정도다.

작년 말 발표된 제주 제2공항 건설계획은 땅값 광풍에 기름을 부었다. 2공항 주변 토지주인 신모(53)씨는 “1평당 80만원 정도였던 땅이 신공항 발표 이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지만 부동산업자는 최소 200∼300만원은 받을 수 있다고 한다”며 “주위에서 외제차라도 사라고 난리”라고 전했다.

꾸준한 인구유입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이효리, 박지성 등 연예ㆍ스포츠 스타들이 잇따라 제주로 이주하면서, 쾌적한 전원 생활을 꿈꾸는 내륙인구 유입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 플러스로 돌아선 제주 순유입(전입-전출) 인구는 2014년 처음으로 1만명을 넘어선 데 이어 작년엔 1만4,000여 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유입인구 급증은 주택난을 가중시켜 작년 제주 지역 평균 주택매매 가격(1억8,887만원)은 2013년(1억4,182만원)보다 33.2%나 급등했다. 전국 평균(5.1%)의 6배를 넘는 수치다. 이창동 지지옥션 연구원은 “외국인의 토지 수요보다는 뭍에서 이주하는 사람이 급증하면서 분양가뿐만 아니라 경매 물건까지 감정가의 3~4배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제주시내 주택도 올 초보다 2배 이상 뛸 정도로 과열을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엔 제주에 기획부동산 등 투기 자금도 상당히 유입되고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신공항 발표 이후 제주도청과 사정기관이 ‘부동산 투기사범 관계기관 대책협의회’를 구성해 합동단속에 나섰을 정도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 팀장은 “올해도 제주는 부동산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지역이지만 수요가 높다고 무조건 값이 오른다는 환상은 금물”이라며 “현재도 거품이 끼어 있는 만큼 제주를 잘 모르는 외지인은 매매 목적을 분명히 하고 투자 시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관규기자 ace@hankookilbo.com

제주=김영헌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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