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결의 강화토록 정신ㆍ물질적 방조
정예 지휘관 양성 교육목표 위배
지난해 1월 일본여행을 떠난 육군사관학교 생도 A군은 우연히 유곽(遊廓)을 지나치다가 함께 간 ‘모태 솔로’ 생도 동기에게 “앞으로 1년 동안 여자친구 못 사귀면 성매매 비용을 지원해주겠다”고 큰소리 쳤다. 그 일이 실제로 벌어질 줄은 몰랐다. 1년 뒤 동기는 “아직도 여자친구가 없다”고 A군에게 연락을 해왔다. 약속대로 17만원을 보내자 친구는 그 돈으로 성매매 업소를 찾았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학교는 둘 모두에게 퇴학처분을 내렸다.
퇴학 위기에 놓인 A군은 “장난으로 돈을 줬을 뿐 진짜로 성매매를 할 줄은 몰랐다”고 항변했다. 그는 “재학 중 어떤 징계도 받지 않고 우수한 성적을 유지하며 성실하게 생활해왔다”며 “퇴학 당하면 이병으로 군에 입대해야 하고, 대학 입시도 다시 준비해야 한다”며 육사 측의 징계권 남용을 주장했다. 생도생활 예규의 품위유지의무 위반 사유 중 ‘성매매’ 부분이 소극적인 ‘성매매 방조’까지 의미한다고 볼 수 없다고 강변하기도 했다.
퇴학처분 취소소송에 대해 서울행정법원 제3부(부장 박성규)는 A군이 동기가 성매매할 것을 알고도 돈을 줬다고 30일 판단했다. 성매매를 한 생도의 진술서가 참작됐다. 해당 생도는 “오래 전부터 동기들 사이에서 ‘모태 솔로’라고 놀림을 받아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A군이 왜 성매매를 하지 않느냐고 물어 자존심 상해 돈만 있으면 성매매를 하겠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여행에서 돌아온 뒤 A군이 “돈 모으고 있는데 진짜 할 거냐”고 수 차례 얘기해 실제 성매매를 하게 됐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성매매 결의가 강화되도록 정신적으로 방조했고, 대금을 송금해 물질적으로도 도왔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성매매 방조는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행위로서 그 자체로 군의 성 군기를 어지럽히는 행위에 해당하고 사관학교에 대한 국민 신뢰를 실추시킬 우려가 있다”며 징계권 남용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관학교 특수성도 이유로 들었다. 재판부는 “육사는 군장교를 배출하기 위해 국가가 모든 재정을 부담하는 특수교육기관”이라며 올바른 가치관과 도덕적 품성을 바탕으로 한 정예지휘관을 양성한다는 교육목표에 비춰 퇴학 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다고 할 수 없다고 봤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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