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경의 반려배려]
구구~.
동네를 지나가다 보면 비둘기를 쫓아내는 아이들을 흔하게 만난다. 발을 구르며 겁을 주기도 하고 날아갈 때까지 달려가며 쫓아낸다. 옆에 있는 부모는 아이를 말리지 않는다. 이런 상황을 맞닥뜨릴 때마다 아무리 유해동물로 지정됐다지만 비둘기를 괴롭혀도 되는 동물로 취급하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 어른들에게도 비둘기는 회피의 대상이다. 옆에서 비둘기가 날개를 퍼덕거리기라도 하면 다들 눈살을 찌푸리며 도망가기 바쁘다.
괴롭힘의 대상이 아닐 때에도 비둘기는 애처롭다. 도로를 넘나들며 먹이를 구하는데, 차가 지나갈 때 살짝 피했다가 다시 차도로 향하는 모습이 아슬아슬하다. 멀쩡해 보이는 비둘기들도 자세히 보면 발가락이 없는 경우가 많다. 발가락에 굴러다니는 줄이 얽혔는데 스스로 풀지 못해 결국 발가락이 잘려나간 것이라고 한다.
처음부터 비둘기가 천덕꾸러기는 아니었다. 한 때는 평화의 상징으로 통했고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부부 금슬을 상징하는 새로 여겼다. 문제는 1960년대 이후 비둘기가 크고 작은 행사에 동원된 데 이어 1986년 아시안게임, 1988년 올림픽 때 각각 3,000마리를 방사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뛰어난 번식력과 적응력을 지닌 비둘기 수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후 비둘기가 세균이나 분비물이 병균을 옮기는 것은 물론 건물이나 문화재를 부식시킨다는 민원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결국 환경부는 2009년 비둘기를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했다.
과연 우리는 비둘기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당장 전국에 비둘기가 얼마나 살고 있는지조차 정확한 수치를 아무도 모른다. 유정칠 경희대 한국조류연구소 소장은 비둘기 개체 수가 최근 10년간 크게 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철도역, 공원 등 비둘기의 주요 서식지에서 비둘기 개체 수 변동이나 비둘기로 인한 질병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둘기에 이나 벼룩이 많다는 것도 과장된 것이다. 그 동안 몇몇 비둘기 표본조사 결과를 보면 이가 발견되긴 했지만 몇 마리에 불과했다. 질병이나 세균을 옮길 가능성이 없다는 건 아니지만 비둘기를 질병의 매개체로 매도하는 근거가 될 정도는 아니다. 아직까지 국내에서 비둘기가 매개가 되어 인간에 질병을 옮긴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비둘기의 개체 수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먹이를 주지 않는 것이다. 비둘기로 골치를 앓는 프랑스, 영국, 호주 등에서 포획과 공포탄, 피임약을 사용했지만 먹이와 도심 속 서식지의 환경이 바뀌지 않는 한 곧 원상복귀됐다. 국립생태원 김창회 박사는 “비둘기는 인간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는다. 음식찌꺼기나 사람이 주는 먹이로 살아간다”며 “먹이를 주면 안 된다는 홍보를 강화하고 음식쓰레기를 관리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 문화재의 경우 비둘기들이 들어가지 못하게 철망을 설치해 예방하면 된다.
비둘기는 물이 있다면 하루에 서너번씩 목욕을 즐기는 동물이라고 한다. 평화를 상징하던 비둘기를 ‘닭둘기’로 전락시킨 건 결국 사람이다. 또 사람과 비둘기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드는 것도 사람에게 달려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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