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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ㆍ현송월의 깜짝 듀엣… ‘뒤늦은 후회’ 연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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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ㆍ현송월의 깜짝 듀엣… ‘뒤늦은 후회’ 연주도

입력
2018.04.06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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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조용필(오른쪽)과 북한의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지난 3일 통일전선부 초대소인 미산각에서 열린 우리 예술단 환송 만찬에서 '그 겨울의 찻집'을 부르고 있다.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수 조용필(오른쪽)과 북한의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지난 3일 통일전선부 초대소인 미산각에서 열린 우리 예술단 환송 만찬에서 '그 겨울의 찻집'을 부르고 있다.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그대 나의 사랑아~” 지난 3일 북한 통일전선부 초대소인 미산각. 가수 조용필은 북한의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과 마주 보며 그의 대표곡 ‘그 겨울의 찻집’을 함께 불렀다. 삼지연관현악단이 이 곡을 현악 연주에 맞춰 부르기 시작하자, 현 단장이 조용필에게 “함께 불러주실 수 있나요?”라고 제안해 성사된 깜짝 무대였다.

화음을 쌓는 두 사람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조용필은 후두염으로 목 상태가 안 좋았지만, 북측의 환대에 대한 보답의 의미로 일어서 마이크를 잡았다.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연 우리예술단 방북 공연 기념 마지막 만찬에서 벌어진 일이다.

‘그 겨울의 찻집’은 북한에서도 익히 알려진 우리 노래다. 조용필은 북측의 요청으로 이 곡을 이번 방북 공연 가창 곡으로 선곡했다. 지난 1일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북 평화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 공연-봄이 온다(‘봄이 온다’)에서 이 곡을 현지 관객에 들려주기도 했다.

웃음과 장난기가 가득했다. 지난 3일 통일전선부 초대소인 미산각에서 열린 방북 예술단 환송 만찬에서 우리 예술단 관계자들이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탁현민(왼쪽부터) 청와대 선임행정관, 가수 최진희, 조용필, 북한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 윤도현, 이선희,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손가락으로 '브이(V)'자를 그리거나 손가락하트를 만들고 있다.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웃음과 장난기가 가득했다. 지난 3일 통일전선부 초대소인 미산각에서 열린 방북 예술단 환송 만찬에서 우리 예술단 관계자들이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탁현민(왼쪽부터) 청와대 선임행정관, 가수 최진희, 조용필, 북한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 윤도현, 이선희,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손가락으로 '브이(V)'자를 그리거나 손가락하트를 만들고 있다.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만찬 분위기 메이커는 현송월… 늦춰진 귀국

이날 만찬장에 참여한 방북예술단 관계자들에 따르면 북측 음악인들은 심수봉의 히트곡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와 남매 듀오 현이와덕이의 ‘뒤늦은 후회’ 등 우리 노래를 연주하며 만찬의 분위기를 띄웠다.

분위기 메이커는 현 단장이었다. 만찬에 참여한 방북 예술단 관계자는 이날 한국일보에 “현 단장이 우리 가수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격의 없이 얘기를 나누고 살뜰히 챙겼다”고 말했다. 현 단장은 만찬장에서 남ㆍ북 화합의 의미로 ‘우리의 소원’을 직접 피아노로 연주하며 양측 예술단의 합창을 이끌기도 했다.

남ㆍ북 예술인들이 3일 오후 북한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공연 '우리는 하나'에서 합창을 하고 있다. 평양공연사진공동취재단
남ㆍ북 예술인들이 3일 오후 북한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공연 '우리는 하나'에서 합창을 하고 있다. 평양공연사진공동취재단

분위기가 무르익어 만찬장에서 술잔은 여러 잔이 돌았고, 양측의 환담이 오갔다. 가수 강산에는 “북측 음악인들이 다가와 술을 권하며 ‘...라구요’에 관해 물어 많은 얘기를 했다”고 귀띔했다. ‘...라구요’(1993)는 강산에가 고향을 그리워하는 어머니를 위해 쓴 곡으로, 지난 1일 공연에서 선보여 북측 관객의 눈시울을 붉혔다. 그의 어머니는 함경도 출신 실향민이다.

양측 예술인들은 함께 사진을 찍으며 정을 나누기도 했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비롯해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 그리고 조용필과 이선희, 최진희, 윤도현은 현 단장과 손으로 ‘브이(V’) 자를 그리거나 손가락 하트를 한 채 사진을 찍기도 했다. 탁 선임행정관과 현 단장은 서로 팔을 가볍게 치며 공연장 음향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눌 정도로 가까워졌다는 후문이다.

양측 예술인들의 뜨거운 교류로 만찬은 늦게까지 이어졌고, 방북예술단의 귀국은 두 시간여가 늦춰졌다. 방북예술단은 전세기를 타고 4일 새벽 1시 30분에 인천공항으로 돌아올 예정이었으나 3시 30분쯤 도착했다.

우리 예술단이 2일 오후 평양 냉면 전문점인 옥류관을 방문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평양공연사진공동취재단
우리 예술단이 2일 오후 평양 냉면 전문점인 옥류관을 방문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평양공연사진공동취재단

“옥류관 평양냉면? 우리 것보다 육수 진하고 면발은 질겨”

3박 4일의 방북 생활은 어땠을까. 우리예술단은 평양 고려호텔에 머물며 북측 음식을 다양하게 즐겼다.

방북 예술단의 또 다른 관계자는 “방북 셋째 날과 마지막 만찬에서 송어의 배를 갈라 그 안에 볶음밥을 넣은 음식이 나와 특이했다”며 “북측 관계자가 ‘양식에 성공했다’며 철갑상어회를 내와 맛있게 먹었다”고 말했다.

우리 예술단은 지난 2일 옥류관에서 점심으로 평양냉면을 맛봤다. 평양에서 먹는 평양냉면의 맛은 어떨까. 강산에는 “우리가 먹는 평양냉면과 상당히 맛이 다르더라”며 “면발이 조금 질긴 식감이었고 국물은 육수의 느낌이 더 많이 났다”며 웃었다.

북측은 갈비탕과 털게찜을 비롯해 가자미식해, 민물장어구이, 연어국, 은대구 요리 등을 해 우리 예술단을 접대했다. 우리 예술단은 딱 한 번 도시락을 먹었다. 이번에 평양을 다녀온 한 음악인은 “3일 공연에선 다들 공연 준비로 정신이 없어 북측이 제공한 도시락을 먹었다”며 “숙소와 공연장까지의 거리가 15분 정도 밖에 안 돼 대부분 호텔에서 밥을 먹었다”고 말했다. 우리 예술단은 3일 남북예술인의 합동 무대 ‘우리는 하나’ 공연은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했다.

북한의 호텔은 평범했다. 객실에 TV가 설치돼 있었고, 켜보니 중국 방송을 비롯해 중동 최대 언론인 알 자지라 채널까지 송출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가수 강산에가 3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북예술인의 연합무대 '우리는 하나'공연에서 돌아가신 이북 출신 부모님 얘기를 하며 울먹이고 있다.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가수 강산에가 3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북예술인의 연합무대 '우리는 하나'공연에서 돌아가신 이북 출신 부모님 얘기를 하며 울먹이고 있다.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이니 시계’ 선물… ‘뒤늦은 후회’ 새 녹음

1일과 3일 이틀에 걸쳐 평양에서 열린 공연에 대한 현지의 반응은 뜨거웠다.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위원장은 1일 공연 마지막 곡으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울려 퍼지자 2층 객석에서 일어서 손뼉을 치기도 했다.

13년 만에 재개된 남북 문화 교류는 우리 가수들에게도 뜻깊은 유산을 남겼다. 올해 데뷔 35년째로 접어든 최진희는 새로운 히트곡이 생겼다. 바로 ‘뒤늦은 후회’다. 최진희는 북측의 요구로 이 노래를 방북 공연에서 불러 현지는 물론 한국에서까지 숱한 화제를 뿌렸다. ‘봄이 온다’ 공연 실황이 5일 KBSㆍMBCㆍSBS를 통해 방송되자 ‘뒤늦은 후회’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 1위를 비롯해 멜론 실시간 곡 검색 순위 1위를 차지했다. 최진희가 자신의 스타일로 곡을 여유롭게 소화한데다 곡에 얽힌 사연도 남달라서인 것으로 보인다.

최진희가 부른 ‘뒤늦은 후회’는 현이와덕이가 1985년 발매한 2집 ‘너나 좋아해 나너 좋아해’에 실린 곡이다. 트로트풍이지만, 멜로디가 서정적이라 발라드 곡 같은 느낌도 든다. 장현이 작사하고 그의 동생인 장덕이 작곡했지만, 남매는 1990년 잇달아 요절해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했다. 최진희는 1980년대 활동할 때 남매 중 여동생 장덕(1961~1990)과 친분이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진희는 귀국 직후 ‘뒤늦은 후회’의 녹음을 마쳤고, 이달 새롭게 해석해 부른 이 곡을 공개할 예정이다.

우리 예술단은 귀국 직후 ‘깜짝 선물’도 받았다. 방북예술단의 또 다른 음악인은 “품절 대란이 일어난 ‘이니 시계(문재인 대통령의 사인이 새겨진 손목시계)’를 선물로 받았다”며 웃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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