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임시 거처 마련… 이상순도 상경
“재미는 있는 데 정신도 없네요.” 가수 이효리가 지난 4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새천년홀에서 연 6집 ‘블랙’ 발매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웃으며 한 말이다. 2013년 기타리스트 이상순과 결혼한 뒤 제주에서 여유롭게 살다가 앨범 작업 및 공식 활동 재개로 서울로 올라와 모처럼 바쁘게 살다 보니 쉽게 적응이 안 될 법도 하다.
5일 이효리 측에 따르면 이효리는 서울의 모처에 임시 거처를 마련 해 3주 전부터 ‘타향살이’를
하고 있다. 당장 이달 첫째 주에만 네 개의 음악 프로그램 출연 일정이 잡혀 제주와 서울을 오가며 활동할 수도 없다. 이효리는 이날 케이블채널 MBC뮤직 ‘쇼 챔피언’을 시작으로, 7일 KBS2 ‘뮤직뱅크, 8일 MBC ‘쇼! 음악중심’, 9일 SBS ‘인기가요’에 연달아 출연한다.
눈코 뜰새 없이 바쁘게 지내는 이효리를 응원하기 위해 이상순도 서울로 올라왔다. 이효리는 “최근 남편한테 힘들다고 전화했더니 걱정이 됐는지 서울로 올라왔더라”며 이상순에 고마워했다. 이상순은 이날 경기 고양시에 있는 MBC드림센터에서 열린 ‘쇼 챔피언’ 녹화장을 찾아 이효리의 컴백 무대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가요계 섹시퀸’도 주부였다. 그는 “집을 오래 비우니 정말 남편에 미안하더라”는 말도 했다. 이효리는 개 다섯 마리와 고양이 두 마리 등을 집에서 키우고 있기도 하다. 이로 인해 이효리는 이달 둘째 주 음악 방송 일정을 끝내면 제주로 내려가 잠시 집을 돌본 뒤 이달 셋째 주 다시 서울로 올라와 KBS2 음악프로그램 ‘유희열의 스케치북’ 녹화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효리는 지난 5월 19일부터 30일까지 제주 집에서 JTBC 예능프로그램 ‘효리네 민박’ 촬영을 했다. 25세 동갑내기 네 명의 취업 준비생 등 다양한 삶을 사는 이들이 이효리ㆍ이상순의 집에 머물며 부부와 일상을 공유했다. 결혼 후 사생활 노출을 삼갔던 이효리가 집까지 공개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효리는 자신의 삶에 대한 소신을 말 대신 실제 생활로 보여주고 싶어 했다. 그는 “‘유기견 입양하세요’ 등의 얘기를 말로 하는 것 보다 내가 실제 유기견들과 사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면 더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환경 보호에 관심이 높은 이효리는 제주에서 유기농으로 콩을 재배하며 느리게 사는 삶을 실천하고 있다. 자연친화적 삶에 대한 화두를 생활로 보여줘 공감대를 이끌고 싶었다는 얘기다. ‘효리네 민박’ 제작진에 따르면 이효리는 일상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이상순에 직접 출연을 권유해 함께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이상순은 밴드 롤러코스터 출신으로 가수 김동률과 ‘베란다 프로젝트’를 꾸리는 등 음악계에 정평이 난 연주자다. 이효리는 이상순과 음악적 교류는 하지만, 이번 앨범을 꾸리는 데 이상순이 특별한 조언을 하진 않았다고 했다.
‘로건’ 속 오기만 남은 영웅에 영감… ‘블랙’ 뮤직비디오에 담긴 의미
4일 공개된 새 앨범 타이틀곡 ‘블랙’ 뮤직비디오는 강렬하다. 이효리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사막 한복판에서 검정색 탱크탑을 입고 현대무용으로 리듬을 탄다. 황량한 사막에 홀로 남은 듯 독기 어린 모습으로 추는 춤에 광기가 그득하다. 뮤직비디오엔 환경과 공존에 대한 메시지도 담겨 있다. 영상 초반 ‘금보다 귀한 물’이란 뜻의 ‘Water, precious than gold’란 문구가 적힌 잡지가 카메라에 잡히고, 이효리는 사막에서 어렵게 구한 물을 개와 나눠 마신다.
‘블랙’ 뮤직비디오의 모티프는 지난 3월 개봉한 영화 ‘로건’에서 얻었다고 한다. ‘블랙’을 이효리와 함께 작곡한 김도현에 따르면 불사의 몸인데 늙어서 힘이 없어진 채 사막에서 차에 기름을 넣은 ‘로건’의 울버린(휴 잭맨)을 보고 이효리를 떠올렸다. 그는 “나이가 들어 오기만 남은 느낌이 여성 영웅인 이효리와 비슷했다”고 설명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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