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테러 발생 나흘째인 17일이 지나도록 테러범들이 상부와 주고받은 통신 내용이 전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외신들은 테러범들이 서방 정보기관들의 감시망에 잡히지 않기 위해 여러 암호화 과정을 거친 교신을 해왔기 때문에 이들의 구체적인 테러 행위를 낱낱이 들여다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리처드 버 미 상원의원(공화ㆍ노스캐롤라이나)은 “파리 테러범들이 발신 때 암호화한 후 수신 때 이를 해독해야 내용을 읽을 수 있는 이른바‘단 대 단(End-to-end)암호화’기술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버 의원은 “테러범들이 나눈 교신내용과 이들이 사용한 통신수단이 아직 드러나지 않은 점을 봤을 때 정보를 보호하는 특정 통신 소프트웨어를 썼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WSJ은 “IS가 시리아를 포함해 30개국에서 통신지점을 확보하고 있어 이들이 테러 목표가 되는 국가와 정보망을 드러내지 않은 채 직통으로 연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IS 등 테러단체의 도ㆍ감청이 용이하지 않은 데에는 이들이 ‘사이버 은거지’로 불리는 메신저인 텔레그램을 선호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전세계에서 하루 동안 사용자 5,000만명이 10억건 이상의 메시지를 주고받는 텔레그램은 러시아 출신 두로프 형제가 2013년 개발해 출시한 스마트폰 메신저로 콘텐츠를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삭제하기 때문에 정보당국의 감시를 쉽게 벗어날 수 있다. IS는 실제 지난달 31일 이집트 시나이반도에서 러시아 여객기가 추락한 직후 텔레그램으로 자신들의 소행임을 밝히기도 했다.
IS가 교신은 물론 조직원 관리에 있어서도 첨단 정보기술(IT)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다. 새로 조직에 들어오는 지하디스트 후보생들을 위해 24시간 상담을 해주는 온라인 상담데스크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 NBC방송에 따르면 온라인 상담데스크에는 경험 많은 IS 고위조직원 6명이 상시 대기하며 신참들에게 어떻게 정보당국의 도ㆍ감청을 피해 교신하는지 등 여러 요령을 알려주고 있다. NBC는 “IS는 이미 면대면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정보를 나누는 단계를 넘어 사이버 공간에서 유기적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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