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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사드 이전과 이후 달라질 우리의 안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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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사드 이전과 이후 달라질 우리의 안위

입력
2016.08.1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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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의미 퇴색하는 올림픽 정신

중국의 모순된 사드 논리가 정세 악화

동북아 신냉전 감당할 능력 있나

올림픽의 열기가 막바지로 치닫는 폭염만큼이나 뜨겁다. 선수들의 땀과 눈물, 환희와 탄식은 언제나 감동적이다. 평화와 화합이라는 올림픽 정신을 생각하면 메달이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을 터다. 기원전 8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고대 올림피아 제전이 열릴 때면 그리스 도시국가들은 전쟁을 멈추고 스포츠로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화합의 꽃을 피웠다고 한다.

올림피아 제전의 정신을 이어받은 근대 올림픽도 인류의 평화를 주창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조지 오웰은 승리만을 추구하는 현대의 스포츠를 ‘심각한 스포츠(serious sport)’라며 평화가 국가ㆍ민족적 자존심을 내세운 승부 앞에서 허구로 전락하는 ‘총성 없는 전쟁’으로 비유했다. 207개국에서 1만명 넘게 참가해 사상 최대 규모라는 리우 올림픽도 평화라는 말이 무색하게 개막 전부터 테러 위협에 시달렸다. 올림픽 기간 중에도 세계 곳곳에서 분쟁과 테러는 끊이지 않았다. 개막식장으로 이동하는 버스에서 레바논 선수단이 자국과 전시 상태인 이스라엘의 선수단 동행을 거부해 따로 버스를 이용했다는 소식은 지금도 씁쓸하다.

올림픽 정신이 무색할 정도로 어지럽고 급박하게 돌아가는 게 지금 동북아 정세다. 북한의 위협이 계속되는 와중에 사드 갈등으로 관련국들이 사생결단하듯 맞부딪치고 있고, 동중국해에서는 영토 분쟁을 겪는 중국과 일본 사이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사드 배치 결정 못지 않게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것이 우리 정부를 비판하는 중국의 모순된 논조다. 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군사 문제에서 한국은 미국을 추종해 어떤 자주권도 갖고 있지 못하다”고 일갈했다. 우리 정부가 사드 논의를 공식 발표한 지난 2월 환구시보는 “(한국은 미중이 벌이는) 바둑판 위의 돌”이라고 우리 정부를 한껏 조롱했다. 왕이(王毅) 외교부장도 “항장무검 의재패공(項莊舞劍 意在沛公)”이라는 표현으로, 한국을 칼춤을 추는 미국의 꼭두각시로 비하했다.

한국을 영혼도 없는 미국의 하수인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면 중국이 몸통인 미국은 제쳐두고 아무 힘 없는 한국만 몰아붙이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 얼마 전 중국을 방문한 야당 초선의원들에게 중국 전문가들은 “한국에 가장 안 좋은 것은 중국이 북한과 다시 혈맹관계로 돌아가는 것이며, 동북아가 신냉전 체제로 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북중관계나 동북아 신냉전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한국을 대단하게 생각한다는 것일까.

전문가들이 지적한 대로 중국의 의도는 한미일 3각 공조에서 가장 약한 고리라고 보는 한국의 내부 갈등을 조장해 사드 공조에 혼란을 주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 전략은 성공했다. 야당의원들의 방중을 놓고 한쪽에선 대통령 사과를 요구하고 다른 쪽은 매국 외교라고 비난하며 자중지란에 빠진 게 단적인 예다. 박근혜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국가 자긍심을 거론하며 내부 단속을 강조한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최근 사드에 대한 미국의 공세적 자세는 중국의 ‘한국 때리기’에 대한 대응일 가능성이 크다. 미국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을 총괄하는 제임스 시링 미사일방어청장은 한국에서 “사드 레이더 정보는 한미동맹에서만 공유되는 것으로, 미국 MD 체계와는 공유되지 않는다”고 했다. 조 바이든 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북핵문제 해결에 중국이 손을 놓는다면 일본이 핵무장 할 수 있다”고 공개 경고했다. 사드를 한중 간의 문제로 국한시키려는 중국의 의도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일본에서도 사드 배치 조기 검토설이 나오고, 핵무장론이 제기되는 것은 핵심은 사드 자체가 아니라 북한의 위협이라는 것을 주지시키기 위함이다.

미국의 의지로 보아 사드 배치 결정을 되돌리려는 중국의 바람은 이뤄지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동북아 안보 구도도 북한의 핵ㆍ미사일 도발에서 미중 간의 지구적 패권 다툼으로 중층적으로 전개될 게 분명하다. 사드 이전과 이후가 같을 수 없는 우리의 안위도 그만큼 복잡하고 어려워졌다.

황유석 논설위원 aquariu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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