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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 폐지 유예’ 졸속 발표였나... 한발 물러선 법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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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 폐지 유예’ 졸속 발표였나... 한발 물러선 법무부

입력
2015.12.0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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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곳 로스쿨 집단 자퇴 움직임

교수들 “사시ㆍ변시 출제 거부” 가세

법무부 “최종 입장 아니다” 진화 속

국회 법사위원장 발표 만류 드러나

대법ㆍ교육부 등과 사전 논의 안 해

김주현 법무부 차관이 3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브리핑룸에서 2021년까지 4년간 사법시험 폐지를 유예한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현 법무부 차관이 3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브리핑룸에서 2021년까지 4년간 사법시험 폐지를 유예한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사법시험 폐지 시기를 2017년에서 2021년으로 4년 유예한다는 법무부 발표에 대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반발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로스쿨 재학생들은 집단자퇴와 변호사시험 응시거부로, 로스쿨 교수들은 내년 1월 사법시험ㆍ변호사시험 출제거부로 각각 대응에 나섰다.

파장이 커지자 법무부는 공식발표 하루 만인 4일 “사시 폐지 4년 유예는 의견에 불과하며 최종 입장은 아니다”라고 한발 물러서며 진화에 나섰으나, 사시 존폐의 혼란만 부채질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사법부 등 관계기관과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은 정황이 속속 공개되고 있어 졸속 발표 배경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로스쿨학생협의회는 이날 “전국 25개 로스쿨 중 24개 학교에서 임시총회를 열어 집단자퇴와 남은 학사일정을 거부키로 결의했다”고 밝히고, 법무부를 항의 방문했다. 서울대 로스쿨 재학생 480명(휴학생 포함) 중 464명은 이날 실제로 자퇴서를 제출했고, 연세대ㆍ고려대 로스쿨 학생들도 자퇴서를 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의회는 내년 1월 변호사시험 응시거부 등의 방안도 추가 논의할 예정이다.

25개 로스쿨 원장들로 구성된 로스쿨협의회도 이날 오후 긴급총회를 열고 내년 1월 시행되는 사법시험 및 변호사시험의 출제를 거부하기로 했다. 이들은 회의 후 자료를 내고 “25개교 교수들은 시험문제 출제 등 법무부가 주관하는 모든 업무에 협조하지 않기로 의결했다”며 “사시 존치를 위한 입법의 저지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법무부는 이날 오전 ‘사법시험 관련 입장’이라는 설명자료를 내고 “열린 마음으로 관계부처를 비롯한 여러 기관, 단체의 의견을 계속 논의하고 검토할 것이며, 이에 따라 법무부의 최종적인 입장이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도 이날 춘천지검을 방문해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사시 폐지 4년 유예는 법무부의 의견을 낸 것이지 확정적이거나 최종 입장이라 할 순 없다”고 말했다. 봉욱 법무부 법무실장은 서울고검 기자실을 찾아 “국회에서 변호사시험법 부칙 개정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여론 수렴을 계속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사시는 2017년 12월 31일까지 폐지돼야 하므로, 폐지 시기를 늦추거나 사시를 존치하기 위해선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설명은 전날 발표 내용을 사실상 뒤집은 것이다. 김주현 법무부 차관은 3일 “사시 폐지 4년 유예가 법무부의 입장이며, 입법 단계에서 이런 입장이 반영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하루 만에 ‘입장’을 ‘의견’으로 바꾸어 수위를 낮추고, ‘열린 마음’, ‘최종 입장’ 등의 문구를 사용해 ‘톤 다운’을 한 셈이기 때문이다.

법무부 방침이 ‘졸속ㆍ독단’에 의해 결정됐다는 정황도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대법원은 전날 “법무부로부터 사전에 설명을 듣거나, 관련 자료를 제공받은 사실도 전혀 없다”며 불쾌감을 표시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이상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의 만류에도 불구, 법무부가 발표를 강행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 위원장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2일 법무부의 설명을 들은 뒤, ‘일방 입장이고, 심도 있는 논의에 따른 게 아니라 여론조사만이 근거인 졸속ㆍ부실 결정인 데다 사회적 논란을 촉발시킬 우려가 있으니 공개 발표하지 말고, 법사위 법안심사 과정에서 피력하라’고 만류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 차원에서 정부 관계부처와 대법원 등 각계 부문이 참여하는 논의기구를 구성하라고 권고했는데도 그냥 발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무부는 로스쿨 관장 부처인 교육부와도 사전에 논의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시 존치를 주장해온 대한변호사협회는 이날 성명에서 “법무부가 로스쿨 자퇴 및 학사일정거부라는 떼법에 꼬리를 내렸다”며 “이는 국민의 뜻을 저버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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