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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9.10 14:29

[해외석학칼럼] 트럼프는 얼마나 중요할까?

등록 : 2017.09.10 14:29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같은 대통령이 있었던 적이 없다. 나르시시즘에 빠진 듯한 성격에 짧은 안목, 그리고 국제문제에 있어서 경험부족 등, 그는 외교정책에 있어서 전략을 만들어 내기 보다는 슬로건을 기획하려는 경향이 있다.

리처드 닉슨과 같은 몇몇 대통령들은 트럼프와 유사하게 불안한 성격과 사회적 편견을 갖기도 했지만 닉슨은 외교정책에 대한 전략적 관점은 확실했다. 린든 존슨과 같은 대통령들은 매우 자기중심적이었으나 의회와 다른 지도자들과 일을 할 때 훌륭한 정치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미래의 역사가들은 과연 세계무대에서 미국의 역할에 관한 트럼프의 통치력을 일시적 일탈로, 아니면 중대한 전환점으로 되돌아보게 될까. 언론인들은 지도자들의 개성에 과다하게 관심을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좋은 기사거리가 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사회과학자들은 경제성장이나 역사의 필연성이 강한 지리적인 위치 등에 관해 광범위한 구조적 이론들을 제시하는 경향이 있다.

나는 과거에 지도자의 중요성을 평가하기 위한 책을 쓴 적이 있다. 1세기 전 ‘미국의 시대’를 창출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을 평가하고, 당시 대통령의 가장 그럴듯한 경쟁자가 그의 자리에 대신 있었더라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라는 것에 대한 가정을 통해서다. 과연 ‘구조적인 힘’이 그 시기 미국의 글로벌리더십에 변형을 초래했을 것인가.

프랭클린 루즈벨트 시절을 보면, 보수적 고립주의자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상황에서 ‘구조적인 힘’이 미국을 제2차 세계대전으로 몰아넣었는지 여부는 적어도 논쟁의 여지가 있다. 명백한 것은, 히틀러가 위협을 제기하고 있는 구도, 진주만 사건을 기화로 참전 준비를 하게 된 것이 결정적 요인이었다. 1945년 이후의 미국과 구소련의 구조적 양극체제는 냉전시대의 구도를 형성시켰다.

20세기 말에는 글로벌 경제변화라는 ‘구조적인 힘’이 소비에트라는 초강대국을 부식시켰고,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개혁시도는 구소련 붕괴를 재촉했다. 이때 로널드 레이건의 군사력 증강과 협상 능력은, 냉전시대의 막바지를 관리했던 조지 부시의 기술력과 더불어 최종적인 결실을 얻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대통령의 리더십이 달랐다면 미국이 20세기 막바지에 글로벌 강자가 되지 못했을 것이라는 가정이 성립할까. 아마도 루즈벨트가 대통령이 아니었고 독일이 세력을 통합하지 못했다면, 1940년대 국제체제가 조지 오웰의 예언대로 ‘분쟁이 잦은 다극적 세계’가 되었을 수도 있다. 또 트루먼이 대통령이 아니었고, 스탈린이 유럽과 중동지역에서 주요한 이득을 얻었다면 소비에트 제국은 더욱 강해졌을 것이고, 양극체제는 더욱 지속되었을지 모른다. 아이젠하워와 부시가 대통령이 아니고, 다른 지도자가 전쟁을 피하는 데 덜 성공적이었더라면 미국의 지위는 베트남에 개입했을 시기처럼 궤도를 벗어났을지 모른다.

경제규모나 지리적 이점 같은 ‘구조적인 힘’이 20세기에 있어서 강력한 미국의 지위를 형성시킨 것은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도자들의 결정들은 시기선택과 지위형성에 강력한 영향을 미쳤다. 그런 의미에서 구조가 많은 것을 설명한다 하더라도 그 구조 내에서의 리더십은 큰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 만약 역사가 기후와 지형이라는 커다란 구조적 힘에 의해 물줄기와 흐름이 형성되는 강이라고 한다면, 인간이라는 요인은 물살에 떠내려가는 통나무에 매달린 개미처럼, 혹은 바위를 피하고 때때로 전복되고 가끔씩은 성공하는 급류타기처럼 묘사될 수 있다.

그래서 리더십이 중요하지만, 그럼 얼마나 중요할까. 명확한 해답은 결코 없을 것이다. 기업이나 실험실에서 리더십의 영향력을 측정하려고 노력해온 학자들은 맥락에 따라 10~15%정도로 범위를 잡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변화가 종종 단선적으로 일어나는 상당히 구조화된 상황일 때를 상정한 것이다. 구조화되지 않은 상황, 즉 인종차별정책이 폐기된 이후의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처럼, 넬슨 만델라가 발휘한 변형적 리더십은 거대한 차이를 만들어냈다.

미국 외교정책은 제도와 헌법으로 구성되지만, 외부적인 위기상황은 좋든 나쁘든 지도자의 선택에 매우 민감할 수 밖에 없는 맥락을 만들어낸다. 만약 앨 고어가 2000년에 대통령이 되었다면 미국은 이라크가 아닌 아프가니스탄과 전쟁을 치렀을 것이다. 외교정책 행위라는 것은 사회학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경로의존적’이고, 지도자들은 상대적으로 작은 선택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로버트 프로스트가 지적했던 것처럼,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을 때 사람들이 덜 다닌 길을 선택했다면 더 많은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지도자의 성격에 따라 발생하는 리스크는 대칭적인 게 아닐 수 있다. 떠오르는 강대국보다는 성숙한 강대국에서 리스크는 더욱 격차를 보일 것이다. 암초와 부딪히거나 전쟁을 일으키는 것은 배를 침몰시킬 수 있다. 만약 트럼프가 거대한 전쟁을 피하거나 재선이 되지 않는다면, 미래의 학자들은 그의 재임기간을 오히려 이례적인 현상으로 파악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거대한 ‘가정(ifs)’에 불과하다.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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