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대체율 50%로 올리면
65년간 세금 1702조 추가 부담"
구체적 수치로 조목조목 野 비판
5ㆍ2합의안 재논의 땐 흐지부지 우려
野강력 반발… 정국 대치 가속
청와대는 10일 ‘공무원연금 개혁안 원안대로 5월 임시국회 내 처리ㆍ국민연금 연계 불가’ 방침을 재확인했다. 청와대는 7일에 이어 주말에도 공식 입장을 밝히는 방식으로 국회 압박 강도를 높였다. 공무원 연금 개혁안을 서둘러 처리하지 않으면 개혁 시도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청와대의 위기의식이 그 만큼 크다는 뜻이다. 특히 새누리당 지도부가 11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공무원연금 개혁안 입장 정리를 하기에 앞서 확고한 지침을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민연금 강화 = 세금 폭탄”
청와대는 공무원연금과ㆍ국민연금 개혁 연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성우 홍보수석은 춘추관 브리핑에서 여야가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끼워 넣은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50% 인상’에는 “세금 폭탄”과 “미래 세대의 재앙”이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하며 조목조목 반대 논리를 폈다. 7일 입장 발표를 통해 “국민에게 큰 부담을 지우는 데다 국가 재정과 맞물려 있는 사안이므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고만 밝힌 것보다 반박 수위를 높인 것이다. 구체적 수치와 사례를 들어 여론을 이끌어가는 스타일인 박 대통령의 의중이 브리핑 내용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면 향후 65년간 미래세대의 추가 세 부담이 1,702조 원에 달한다”, “추가 세 부담 없이 보험료율을 올려 소득대체율 50%를 달성하려면 내년 한 해에만 34조 5,000억 원이 필요해 국민연금 가입자 1인당 209만원의 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 “정치권 주장 대로 보험료를 1%만 올려도 2060년 이후 우리의 아들, 딸들은 국민연금 보험료로만 소득의 4분의1을 내야 한다” 등 어마어마한 숫자까지 제시했다. ‘더 받으려면 더 내야 한다’는 점을 환기시켜 국민연금 강화론에 쏠린 민심을 돌리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청와대는 “이런 부분에 대해 국민적 동의를 구하지 않고 정치권 일부에서 일방적으로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려 한다면 공무원연금 개혁을 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는 지적마저 있다”고 말해 야당이 공무원연금 개혁을 무산시키려는 공무원단체의 입김에 휘둘리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우회적으로 제기했다. 청와대는 또 “2007년 국민연금 개혁 때 2028년까지 소득대체율을 40%까지 낮추기로 한 것은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 여야와 국민 동의로 합의한 것”이라고 언급해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참여정부에서 만든 개혁안을 번복하려 한다는 측면을 집중 부각시켰다.
“공무원연금 개혁안, 미흡하지만 그대로 처리”
청와대는 공무원연금 지급률을 20년에 걸쳐 0.2%포인트 내리고 기여율은 5년 간 2%포인트 올리기로 한 여야의 5ㆍ2 합의안에 불만을 갖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날 “여야에 재논의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고 정리했다.
5ㆍ2 합의안을 백지화하고 강도 높은 개혁안을 다시 만들 것을 여야에 요구할 경우 공무원연금 개혁 자체가 흐지부지돼 청와대가 큰 타격을 입게 될 수 있는 만큼 부족한 개혁안이나마 통과시켜야 한다고 본 듯하다. 여권 관계자는 “어쨌든 개혁 자체를 안 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느냐”며 “5월 임시국회를 넘기면 하반기 총선과 예산 등 이슈 속에 공무원연금 개혁이 뒷전으로 밀릴 수 있는 데다, 합의안을 다시 낼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고 말했다. 5ㆍ2 합의안으로도 내년도 공무원연금 적자 보전액이 하루 100억 원에서 60억 원으로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청와대의 방침대로 여야 협상이 진행될지는 불투명하다. 새누리당의 경우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청와대의 방침이 협상의 가이드라인으로 비치는 점을 우려하는 분위기였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안 그래도 청와대와 친박의 제동으로 연금개혁이 좌초됐다는 인식이 강한데 또다시 협상 지침을 내린다면 대야 협상을 어떻게 하란 말이냐”고 불만을 드러냈다. 새정치연합도 청와대가 제시한 세금폭탄 수치를 ‘국민 협박용’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 협상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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