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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례 깨진 국회 상임위원장 배분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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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례 깨진 국회 상임위원장 배분 법칙

입력
2017.12.1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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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관할 국회 운영위원장…여당 맡던 관례 대신 한국당이 고집

정세균(왼쪽에서 세번째) 국호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가 13일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열린 회동에서 손을 엇갈려 잡고 있다. 왼쪽부터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정 의장,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연합뉴스
정세균(왼쪽에서 세번째) 국호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가 13일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열린 회동에서 손을 엇갈려 잡고 있다. 왼쪽부터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정 의장,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연합뉴스

그동안 관례로 굳어져 왔던 여야의 국회 상임위원장 배분 법칙이 20대 국회 들어와 깨지고 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와 이어진 조기대선 그리고 정권교체까지 예정에 없던 정치 스케줄이 맞물리면서 생긴 현상이다.

상임위원장 배분 법칙이 깨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총선 당시 여당이던 자유한국당(당시 새누리당)이 원내 1당의 자리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게 내주면서부터다. 20대 국회 개원과 함께 진행된 원구성 협상에서 여야는 가장 큰 쟁점이던 국회의장 자리를 민주당이 가져가는 대신 운영위원장 등 국정 운영에 중요한 상임위원장과 야당이 맡던 법제사법위원장을 한국당이 맡는 데 합의했다. 법사위원장을 내준 민주당은 대신 여당의 노른자 상임위였던 예산결산특별위원장과 외교통일위원장을 받아 와 당시만 해도 여야 모두 나름의 실리와 명분을 챙겼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당초 예상보다 7개월이나 일찍 대선이 치러지면서 여야가 자리를 맞바꾸자 상황은 급변했다. 급하게 정권을 잡은 민주당은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 한국당이 갖고 있던 운영위원장과 정보위원장 등 일부 상임위원장 교체 필요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한국당은 국회법을 이유로 들며 꿈쩍도 하지 않았다. 지난 6월 상임위원장 교체 요구가 터져 나오자, 당시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국회법에 각 상임위원장 임기가 2년으로 돼 있는데 여야가 바뀌었다고 법이 바뀌는 것이 아닌데 그걸 제가 가르쳐줘야 하겠느냐”고 일축한 바 있다.

때문에 현재 상임위원장 배분 현황을 보면 과거 여당이 원활한 국정운영 차원에서 맡아 왔던 운영위원장과 법사위원장, 기획재정위원장, 국방위원장, 행정안전위원장, 정보위원장을 야당인 한국당이 차지하고 있는 반면 여당인 민주당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과 국토교통위원장, 보건복지위원장, 환경노동위원장 등 야당 시절 맡았던 상임위원장 자리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한국당이 상임위원장 교체 거부의 명분으로 국회법을 들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또 다른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게 민주당의 분석이다. 한국당이 여당 시절 원활한 국정 운영을 이유로 차지하고 있던 주요 상임위원장 자리가 야당이 된 지금에 정부 여당을 견제하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15일 “당장 국방위에서 제동이 걸린 5ㆍ18광주민주화운동특별법 등을 보면 한국당이 왜 주요 상임위원장 자리를 내놓지 않으려는지 목적이 뚜렷해 보이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의사봉을 쥔 상임위원장이 법안 통과 등 상임위 의사 진행에 있어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는데 야당이 이를 쉽게 포기할 리 없다는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특히 청와대 소관 상임위인 운영위에서 두드러진다. 실제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인사 문제가 도마에 오를 때마다 운영위에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출석 등을 요구하며 청와대와 민주당을 동시에 압박하는 카드로 활용했다.

12일 한국당의 원내지도부 교체와 맞물려 다시금 운영위원장 자리를 가져 오려는 민주당의 전략도 같은 맥락에서 가능성이 더 희박해지고 있다. 한국당의 김성태 원내대표(서울 강서을)와 함진규 정책위의장(경기 시흥) 지역구 경쟁자들이 청와대 진성준 정무비서관과 백원우 민정비서관이라는 점 때문에 “한국당 원내지도부가 정우택 전 원내대표의 운영위원장 체제를 고수했으면 했지 절대 민주당에 내주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정우택 운영위원장이 원내대표 자리에서는 물러났지만 위원장 자리를 지키는 것으로 한국당이 주도권을 쥐려 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는 의원 표결이 필요하기 때문에 김성태 신임 원내대표가 운영위원장을 맡으려 할 경우 여야 표 대결이 불가피해지는 상황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한국당의 대여 강경기조가 이어진다면 내년 원구성 협상에서도 과거 여당이 맡았던 주요 상임위를 되찾아 오려는 민주당과 이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한국당 간에 전례 없는 진통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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