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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팔 100세’ 위해 건강주치의 필요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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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팔 100세’ 위해 건강주치의 필요한데…

입력
2016.12.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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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ㆍ만성 질환자 대학병원 전전…동네병원서 전담하게 지원책 필요

의료기관들이 급증하고 있는 고령ㆍ만성질환자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건강주치의 제도 도입이 시급한 실정이다.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의료기관들이 급증하고 있는 고령ㆍ만성질환자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건강주치의 제도 도입이 시급한 실정이다.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세계건강통계(2014년)에 따르면 한국 여성의 기대수명은 85.48세로 일본, 스페인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했다. 한국 남성의 기대수명은 78.8세다. 남녀 평균 기대수명은 82.3세로 세계 10위다.

기대수명은 매년 길어지고 있지만 건강수명은 기대수명에 미치지 못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자료(2014년)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의 건강수명은 72.48세고, 남성의 건강수명은 68.79세였다. 건강수명은 질병 있는 기간을 제외한 기대수명을 의미한다. 남녀 모두 생의 마지막 10년 동안 질병에 시달리다 삶을 마감하는 것이다. “죽어 캐딜락 타느니, 인간답게 살다가 죽고 싶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의사들은 ‘골골 100세’가 아닌 ‘팔팔 100세’로 살려면 믿을 만한 ‘건강주치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65세 이상 연령층에서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고지혈증), 관절염 등 만성질환을 3개 이상 가진 이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 자료(2014년)에 따르면 65세 이상 연령층의 50%는 3개 이상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

“대통령, 재벌이나 주치의 둘 수 있는 것 아냐”

만성질환 관리와 함께 뇌졸중, 심근경색 등 합병증에 노출되지 않게 관리해줄 수 있는 건강주치의가 필요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고혈압, 당뇨병와 함께 퇴행성관절염을 앓고 있는 김혜경(72ㆍ여)씨가 대표적인 사례다. 김 씨는 고혈압 약과 당뇨병 약을 각각 다른 대학병원에서 처방 받고 있다. 여기에 5년 전부터 퇴행성관절염 치료를 위해 관절 전문병원에서 약을 타고 있다. 김 씨는 “고혈압은 40대 발견됐고, 당뇨병은 50대 진단받았는데 명의를 찾다 보니 각기 다른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며 “동네에 믿을 만한 개원의가 없어 대학병원을 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대통령이나 재벌 회장들이나 주치의를 고용할 수 있지 나 같은 서민이 어떻게 주치의를 둘 수 있나”고 반문했다.

건강주치의는 대통령이나 재벌 회장을 위한 왕진의사가 아닌 평소 환자의 건강ㆍ질병상태를 관리하는 역할을 의미한다. 나와 가까운 곳에서 지속적으로 건강을 돌봐주는 의사다. 조정진 한림대통탄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고령환자, 만성질환자의 지속적인 병력관리 및 효율적 치료를 위해서는 주치의(내비게이터)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진료비 인상, 의사를 믿지 못해 더 나은 의사를 찾아 다니는 병원쇼핑 욕구, 의사와 환자의 잦은 이동에 따른 주치의 지정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제도 도입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건강주치의 제도가 연착륙하려면 1차 의료가 활성화돼야 한다. 1차 의료가 강화돼야 고령환자, 만성질환자를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입법조사처도 ‘고령사회 대비 주치의 제도 도입검토(2009년)’보고서에서 “1차 의료는 주민이 보건의료체계에 처음 접하는 관문”이라며 “만성질환 관리를 위해서는 질병치료뿐 아니라 질병예방과 건강증진도 사회계층 간 포괄적 의료서비스 이용의 형평성을 보장해야 하는데 주치의제도(1차 의료기관 중심)가 생애주기별 국민건강증진체계의 한 부분으로 기능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만성질환자에 대한 건강교육‧상담기능을 확대하기 위해 2014년 12월부터 서울 중랑구, 강원 원주시, 전북 전주시ㆍ무안군 등 4곳에서 ‘지역사회 1차의료 시범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1차 의료기관 환자 관리할 수 있게 지원책 필요

보건당국이 지역사회 1차 의료 시범사업을 통해 고령환자와 만성질환자 관리에 나섰지만 의료소비자들이 1차 의료에 대한 개념이 미흡하고, 1차 의료기관에 대한 만족도와 신뢰도가 낮아 전국적으로 확대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수가현실화도 문제다.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한 개원의는 “사업에 등록된 만성질환자를 집중 관리하고 싶지만 수가가 낮아 이들만 상대하면 병원운영을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는 1차 의료 활성화를 위해서는 2005년 주치의 제도를 도입해 의료전달체계 개혁을 이룬 프랑스 모델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말한다. 프랑스에서는 환자와 의사가 자발적으로 주치의 계약을 할 수 있다. 계약을 원하지 않는 의사나 환자는 주치의 제도를 따르지 않고 기존 의료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다. 주치의를 지정한 환자는 진료비의 70%를 환불 받을 수 있지만 주치의를 지정하지 않은 환자는 진료비의 50%만 환불 받을 수 있다.

1차 의료 담당자인 주치의와 2차 의료 담당자 위탁의(전문의)에 대한 보상을 강화해 사업 활성화를 도모했다. 주치의는 ▦장기질환자 관리비 ▦장기질환 특수진료비 ▦영ㆍ유아 특수진료비 등을 받는다. 위탁의는 주치의 의뢰로 진료하면 진료 건당 수입료와 함께 진료비를 받는다. 위탁의는 주치의가 요구한 특수진료도 추가비용을 받는다. 조비룡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개원의들이 고령환자, 만성질환자를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수가조정 등 현실적 대책이 필요하다”며 “1차 의료가 활성화되면 개원의들이 성형ㆍ미용 등 불필요한 치료에서 벗어나 환자중심 치료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진 교수는 “환자들이 자발적으로 주치의를 정해 지속적으로 진료와 상담을 받으면 본인부담금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1차 의료를 활성화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환자등록시스템 등을 하루빨리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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