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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청환 기자

등록 : 2017.12.16 04:40
수정 : 2017.12.16 09:17

우병우 가까스로… 검찰, 상처뿐인 구속

등록 : 2017.12.16 04:40
수정 : 2017.12.16 09:17

본격 수사 1년여 만에 체면치레… 국정원TF 자료가 결정적 단서

결국 구속될 사람 1년이나 끌어 “수사 의지 부족했기 때문” 진단

다섯 번 소환ㆍ세 번의 영장 청구 “장기간 표적수사 악습” 지적도

검찰이 15일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표적 삼아 본격 수사에 나선 지 1년여만에 구속에 성공했지만 ‘상처뿐인 영광’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부실수사 논란을 불식시키면서 체면치레는 했지만, 정권 교체 후 국정원 적폐청산태스크포스(TF)에서 수사 단서를 제공 받으면서 가까스로 신병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새벽 우 전 수석의 구속영장이 발부됐지만, 1년간 세 번의 구속영장 청구와 다섯 차례 소환조사 끝에 이뤄낸 성과로 검찰 안팎 분위기가 마냥 수사팀에 호의적이지는 않다. 앞서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국정농단 사건에서의 우 전 수석 비중과 상징성을 감안해 두 차례나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우 전 수석은 지난해 11월 가족회사 정강의 비리와 아들 의경 ‘꽃보직’ 특혜 의혹 등으로 현직 청와대 민정수석 신분으로는 첫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지만 검찰에게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우 전 수석이 검사실에서 팔짱을 낀 채 웃고 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돼 ‘황제 조사’ 논란만 일었다. 그는 올해 2월 국정농단 사태 묵인ㆍ방조 등 혐의로 특검에 불려가 두 번째 조사를 받았지만,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풀려났다. 특검에서 바통을 이어 받은 검찰은 4월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재차 기각되면서 수사의지가 크게 꺾였다.

우 전 수석에 대한 추가 수사에 나서고도 돌파구를 찾지 못하던 검찰은 뜻밖에 단서를 얻었다. 추명호(54ㆍ구속기소)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이 우 전 수석에게 비선 보고한 의혹이 있다며 국정원 TF가 검찰에 자료를 넘기고 수사의뢰한 것이 우 전 수석 구속으로 이어진 결정적 계기가 됐다.

하지만 국정농단 사건 주요 인물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와중에도 우 전 수석만 유일하게 구속을 피해 가자, 검찰은 한동안 ‘일부러 소극적으로 수사한다’ ‘우병우 사단이 수사팀에 남아있다’ 등의 비판에 시달렸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이 검사 출신인 우 전 수석에 대해 유독 조심스러운 수사를 계속하다가, 검찰 밖에서 우 전 수석 관련 의혹이 제기되면 어쩔 수 없이 수사하는 모양새가 반복되다 보니 구속이 늦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결국엔 구속될 사람을 1년 이상 내버려 둔 것은 검찰의 수사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우 전 수석 수사 과정을 두고 검찰의 수사 방식도 도마에 올랐다. 범죄 혐의가 발견돼 수사하기보다 특정 인물을 표적 삼아 구속될 때까지 장기간 수사하는 모양새는 그간 검찰이 지양해야 할 대표적인 악습으로 꼽혀왔다. 고검장 출신 한 변호사는 “우 전 수석이 아무리 문제가 많다고 해도 이런 방식의 표적수사는 좋지 않은 선례가 될 수 있다”며 “충분한 내사를 통해 혐의를 찾은 뒤 한 번에 수사를 마무리했으면 검찰이 좋은 평가를 받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검찰은 우 전 수석 구속을 지렛대 삼아 잇따른 영장 기각으로 주춤했던 적폐수사에 새로운 동력을 찾을 전망이다. 우 전 수석이 구속되면서 혐의를 부인해 오던 기존 입장을 바꿔 수사협조 쪽으로 심경이 변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최순실씨의 비리가 추가로 드러날 수 있고, 블랙리스트 수사에서 새로운 증거가 제시될 수 있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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