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아가야, 우리 아가야..." 떠나 보내는 유가족 통곡

알림

“아가야, 우리 아가야..." 떠나 보내는 유가족 통곡

입력
2017.12.19 20:00
5면
0 0

“병원 측 조치 무성의

연구동의서 서류 내놔라”

분노의 항의에 발인 지연도

사흘 전 사망한 신생아들의 발인이 진행된 19일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에서 신생아 아버지가 아내를 부축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사흘 전 사망한 신생아들의 발인이 진행된 19일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에서 신생아 아버지가 아내를 부축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원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사고로 생후 7주 남짓 아들을 영원히 떠나 보낸 엄마는 남편 부축을 받아 발걸음을 옮겼다. 어른 관의 3분의 1 정도 크기 관에 담긴 아기가 영구차에 오른 후에도 엄마는 쉽사리 차에 타지 못했다. 운전석 뒷자리에 나란히 앉은 부부는 얼굴을 양 손으로 가리고 눈물을 흘렸다.

사흘 전 숨진 신생아 4명의 발인이 진행된 19일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장례식장은 눈물바다였다. 아기의 관이 영구차로 옮겨질 때마다 어머니들은 연신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전날 부검을 앞두고 딸 시신이 담긴 종이상자를 껴안고 오열했던 아버지는 이날은 오른손을 관 위에서 떼지 못했다. 부모들은 오전 6시30분부터 오후 1시까지 차례대로 화장터로 이동해 아이들과 이별했다. 자가용 뒷좌석에 아기를 태운 후 직접 장지로 운전한 부모도 있었다.

병원 측이 운구용 리무진과 아기용 관 등 장례비용 전액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유가족 슬픔을 달래기엔 역부족으로 보였다. 병원 관계자는 “유족이 원하는 대로 편의를 제공했다”라면서도 “잘못을 인정한다는 것이 아니라 예우 차원”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 유가족은 “그깟 관 짝”이라며 혀를 찼다. 유가족들은 그간 병원 측 조치에 화가 끝까지 난 상태다.

분노한 유가족이 “연구동의서 서류를 내놓으라”며 장례식장 사무실에서 격분해 발인이 20여분간 늦춰지는 사태도 벌어졌다. 한 아버지는 “병원 측이 아이가 막 출생해 경황이 없는 와중에 10여장의 동의서를 내밀며 사인을 받았다”며 “병원이 요구한 동의서에 임상실험 관련 내용이 있는지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신생아 아버지가 입원 첫날 임상실험 권유를 받아 ‘아이에게 무슨 임상실험이냐’며 거절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간호사에게 이야기를 들었다면 미쳤다고 아이를 임상실험 대상으로 삼았겠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병원 측이 일체의 자료가 확실히 있다고 해놓고 지금 찾아달라니까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며 “미숙아에게는 모유보다 미숙아 전용 분유가 더 필요하다는 걸 뒤늦게 알았는데 의료진은 한번도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 분노했다. 경찰은 모유의 변질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정밀 감식을 의뢰한 상태다.

또 다른 유가족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사고 당일에도 4, 5일만 있으면 퇴원한다고 할 정도로 상태가 좋았다”며 “갑작스러운 죽음이 도저히 납득이 안 된다”고 절규했다. 유가족 얘기와 달리 병원 측은 그간 “상태가 안 좋은 중환자들이 숨졌다”고 밝혀 왔다. 유가족은 또 “사고 보름 전 퇴원하라는 연락을 받고 병원 근처까지 차를 타고 갔는데, 병원 측이 갑자기 ‘아이가 괴사성 장염으로 혈변을 본다’고 면회도 못하게 하며 쫓아 보낸 사실도 있다”고 주장했다.

유가족 증언에 따르면 사망 당일 저녁에도 병원 측은 무성의한 태도를 보였다.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당일 오후 5시 “아이 건강이 위험하다”고만 통보했고, 숨진 아기 사진을 찍으려는 부모들을 병원 측이 막아 실랑이까지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죽은 자기 아이 사진을 찍겠다는 것인데 그걸 못 하게 하냐”며 “병원 측은 유족에 대한 배려가 하나도 없었다”는 게 유가족의 지적이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