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과 언론이 전하는 설 민심은 탄핵 촛불정국의 조속한 정상화와 민생안정으로 모아진다. 특검의 최순실 국정농단 수사와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이 조속히 마무리돼 지난해 가을 이후 계속돼온 국가 리더십 공백과 국정 혼란을 끝내고 조기대선을 통해 전환기적 위기국면을 타개할 새 리더십을 서둘러 세워야 한다는 뜻이다. 박 대통령 측의 헌재 심판 지연책과 탄핵기각 기대 등으로 대선일정이 유동적이지만 정치권은 물론 대다수 국민도 '벚꽃 대선'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음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여야 정치권이 특히 경청해야 할 대목은 리더십 부재의 혼란 상황 장기화와 진영대결 첨예화에 따른 국민의 피로와 정치 불신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민심은 단지 민생의 어려움이나 안보 불안 토로 차원을 넘어 국가의 미래비전 및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토대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위기감으로 표출된다. 유독 정치권 전체의 반성과 책임을 주문하는 여론이 많았던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대통령 탄핵파동에 기대어 그 반사이익만 챙기겠다는 행태로는 보수든 진보든 차기 리더십 근처에 가기 힘들다는 경고로도 들린다.
본보가 대학교수 등을 상대로 파악한 지역별 표심은 설 전후 실시된 여론조사와는 흐름이 다르다. 조사결과만 보면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의 우세가 갈수록 강화되는 추세를 부인하기 힘들지만, 그 이면을 파고들면 전략적 투표를 고심하거나 콕 집을 대상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유권자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여권은 '보수세력의 환골탈태와 대통합을 통한 재집권'이 민심이라고 주장하고, 야권은 '보수 10년의 부패와 반민주를 심판하는 정권교체'가 표심이라고 강조하지만 양쪽 모두 아전인수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그래서 당내경선에서 본선으로 이어지는 대선 게임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하는 게 옳다. 더구나 이번 게임은 최단 시일 내에 최적의 지도자를 선택해야 하는 고난도 정치이벤트다. 그런 만큼 출마자들의 정치적 정책적 역량과 자질을 검증하는 토론과 공론의 장이 어느 때보다 넓고 깊게 이뤄져야 한다. 일부 진영에서 기득권이나 지역정서에 근거한 대세론이나 대망론을 내세워 우위를 선점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으나 그런 시도는 거품에 불과함을 그들 스스로도 잘 알 것이다. 최근 문 전 대표의 KBS토론 기피가 유감스러운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부실검증을 자초한 맹목적 지지로 대통령 깜냥이 안 되는 사람을 선택한 업보로 나라와 국민이 얼마나 큰 상처를 입었는지 새삼 되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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