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병실에 다수 병상 배치도
밀접 접촉 유발해 쉽게 감염
건조ㆍ온화한 기후도 영향인 듯
국내 유입된 메르스 바이러스가 감염력이 강하게 변종된 것도 아니면서 유달리 빠르게 확산된 이유는 4가지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우선 메르스 확진 1번 환자가 입원했던 평택성모병원의 부실한 배기ㆍ환기 시설을 주목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번 환자가 머물렀던 병실은 에어컨만 있고 환기구ㆍ배기구가 없는 ‘밀폐된 환경’이었다. 감염 환자의 기침으로 공기 중에 확산된 바이러스가 에어컨 흡입구로 들어갔고, 다시 에어로졸(가스) 상태로 내뿜어지며 대량 감염을 야기했다는 추정이 나온다.
환자들이 서울 인기 병원으로 몰려드는 의료 관행도 문제로 꼽힌다. 7일 확진 된 메르스 환자 14명 중 10명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14번 환자(35)로부터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서울병원은 전국에서 환자들이 몰려드는 병원으로, 다수의 환자들이 응급실을 방문,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우주 메르스 민관대책반 공동위원장은 “만성질환자들이 무조건 서울 인기병원을 찾는 한국 특유의 관행이 감염병 유행에 큰 문제를 일으킨 것”이라면서 “사태를 수습한 후 개선을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좁은 병실에 다수의 병상이 몰린 병원 환경과, 보호자가 24시간 환자를 돌보는 간병문화도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총 병상 수는 10.3개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4.8개)의 두 배 이상이었다. 병상 간 간격이 좁아져 밀접 접촉이 빈번하면서 바이러스에 쉽게 노출될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상당수 선진국에선 의료인만 병실에 출입하거나 방문객이 잠시만 머물도록 통제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보호자가 24시간 상주해 환자를 돌보는 특징이 있다.
메르스 바이러스를 연구해 온 송대섭 고려대 약대 교수는 “국내 기후가 바이러스 생존에 유리한 것도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기온ㆍ습도가 너무 높거나 낮아도 바이러스 생존에 악영향을 미치는데 건조하고 온화한 국내 기후는 메르스 바이러스가 살기 적합한 환경이라는 설명이다. 보건 당국도 “국내 기후가 중동보다 바이러스 생존에 유리한 환경이고 환자가 밀집해 있었던 것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 합동조사단은 국내 메르스 발병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이르면 8일 방한해 조사에 착수한다. 이는 국제보건규칙(IHR)에 따라 메르스 전염경로와 대책을 국제적으로 공유하기 위한 것으로, 메르스 발병을 다룬 경험이 있는 전문가 등도 참여할 예정이다.
정지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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