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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미투 운동 더 번지려면 법제 정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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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미투 운동 더 번지려면 법제 정비 시급하다

입력
2018.03.07 19:3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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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Me Too) 운동’이 사회 각 분야로 퍼지고 있으나 아직 많은 피해자들은 폭로를 꺼리고 있다. 폭로 후 신상정보 노출 등 ‘2차 피해’도 그렇지만, 공소시효와 명예훼손 피소 등도 걸림돌이다. 가해자 처벌은 어렵고 오히려 피해자가 불이익을 받는다면 미투 운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성폭력 처벌과 피해자 지원을 강화하는 법ㆍ제도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연극연출가 이윤택씨에게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 16명은 지난 5일 용기를 내어 이름과 얼굴을 드러낸 기자회견을 열고 이씨를 고발했다. 하지만 이씨의 혐의 대부분은 성폭력 범죄 공소시효(10년)가 지나 처벌이 쉽지 않다. 성폭력 범죄에 대한 친고죄가 폐지된 2013년 6월 이전 사건은 피해자 고소 등이 있어야 수사와 처벌이 가능하다. 경찰은 이런 사정을 감안해 상습성이 인정될 경우 피해자 고소 없이도 수사할 수 있도록 2010년 신설된 성폭력 상습죄 조항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나 법적 처벌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권력형 성폭력 범죄의 공소시효 연장 등 이른바 ‘이윤택 처벌법’ 도입의 목소리가 커진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타인에 대해 허위가 아닌 사실을 말해도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을 수 있는 현행 법도 미투를 가로막는다.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은 형법 307조1항의 ‘사실 적시 명예훼손’ 조항을 피해자 협박 도구로 악용해 왔다. 실제로 지난 2016년 문단 내 성폭력 폭로에 참여했던 피해자들 가운데 명예훼손으로 피소돼 피의자 신분으로 법정 싸움을 한 이들이 많았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에서 공익적 목적이 있으면 위법성 조각사유가 인정되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입증하기 쉽지 않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에 대해 형사법으로 다루는 국가는 극히 드물뿐더러 유엔인권위원회도 2015년 이 조항의 폐지를 권고한 바 있다. 현재 국회에 이 조항 폐지 법안이 발의돼 있는 만큼 적극적 논의가 필요하다.

우리 사회의 성폭력 피해 중 지금까지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망설이는 피해자들의 용기를 북돋워주기 위한 다양한 지원수단이 강구돼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은 성폭력 피해자들의 외침을 외면해선 안 된다. 사회 곳곳에 스며있는 권력형 성폭력 문화를 뿌리뽑는 것이 이 시대의 사회적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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