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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변호사의 ‘여성으로서 사생활’발언, 공든 탑 무너뜨려”

입력
2016.12.08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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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하 변호사,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정윤회씨. 한국일보 뉴시스
유영하 변호사,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정윤회씨. 한국일보 뉴시스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이후 거의 매일 터져 나오는 기막힌 소식만큼 여성혐오 발언들도 쏟아지고 있다. 최근 불거진 가수 DJ DOC의 ‘미스 박’노랫말처럼 국민의 분노를 여성혐오성 단어로 표현하는 경우들이 있어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정치인들과 사회 지도층이 던지는 여성혐오 발언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들도 잘못을 감추기 위해 여성혐오 발언을 동원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이런 발언들이 이어지면서 앞으로 미래 담론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팟캐스트 방송 ‘비상시국에 비상하는 페미니스트 투쟁본부(페미투본)’는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관련해 쏟아지는 여성혐오 발언에 선을 긋기 위해 시작됐다. 방송은 박근혜 하야를 만드는 여성주의자 행동(박하여행), 젠더정치연구소 여ㆍ세ㆍ연(여ㆍ세ㆍ연), 강남역 10번출구가 만들고 있다. 총 4회로 기획됐으며 지난 1회에서 정치인들의 여혐발언을 다뤘다.

이들은 박 대통령의 변호를 맡은 유영하 변호사가 지난달 15일 검찰 조사관련 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이 대통령 이기 전에 여성으로서 사생활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달라”고 한 발언이 여성혐오에 반대하는 페미니스트들의 노력을 엎어버렸다고 비판했다. 유 변호사의 발언은 대통령에 대한 동정여론을 끌어내려는 의도라는 해석과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 행적을 ‘사생활’로 감추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이진옥 여ㆍ세ㆍ연 대표는 “유 변호사의 여성의 사생활을 지켜달라는 발언은 그동안 사적인 것이 정치적이라는 담론을 공론화시킨 페미니즘 운동을 훼손시켰다”고 우려했다.

유 변호사 뿐 아니라 수세에 몰린 박 대통령의 측근들도 대통령의 여성성을 내세우며 동정여론에 호소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역시 지난달 23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동안 미용 시술 의혹에 대해 “여성 대통령이라서 그런 것을 물으면 결례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최순실씨의 전 남편이며 정권 초기 박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꼽힌 정윤회씨도 언론 인터뷰에서 “내 성격이 좀 남자다운 편이어서 약한 여자를 보면 지켜주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달 29일 오후 박근혜대통령이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제3차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한국일보
지난 달 29일 오후 박근혜대통령이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제3차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한국일보

이에 대해 페미니스트들은 정권의 부역자였던 남성들이 살아남기 위해 비겁하게 기사도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여성으로서 사생활을 지켜달라는 발언이 김기춘 전 비서실장 작품일 것”이라며 “박 대통령이 직접 인터뷰를 했다면 그런 말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남성인 유영하와 김기춘이 사회적 고정관념인 ‘내가 남자니까 여성을 보호한다’는 전제로 그들 발언의 정당성을 주장할 수는 있다”며 “하지만 어느 여성이 직장에서 ‘나는 사생활이 있으니까 좀 봐주세요’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일반 직장 여성들에게 그런 말은 벼랑 끝에서 떨어지는 이야기”라며 “여성이 봐 달라고 하는 말은 스스로 2등 존재라는 것을 시인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페미니스트들은 이런 류의 발언이 여성의 사적 영역을 사회 문제로 생각하고돌아보자는 움직임에도 찬물을 끼얹는 나쁜 행위라는 비판이다. 이 대표는 “여성의 사생활 중 상당 부분이 결혼과 출산, 육아 등에 투입되는데 이것이 개인의 문제일 뿐 아니라 사회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라는 구호 아래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가정폭력과 성폭력 등에 대한 사회적 관심 등이 대표적이다. 이 대표는 “여기서 더 나아가 임신, 출산, 육아가 공적인 영역이니 사회적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담론이 나와야 한다”며 “이런 담론들이 아직 싹도 피우지 못했는데 여성 대통령의 사생활 운운 발언이 엉뚱하게 터져 나오면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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