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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들은 왜 스스로 ‘고립’을 선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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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들은 왜 스스로 ‘고립’을 선택했나

입력
2016.06.2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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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영국 런던 소재 유럽연합 사무소 건물에 영국 국기와 유럽연합기가 함께 걸려있다. 런던=AP연합뉴스
23일 영국 런던 소재 유럽연합 사무소 건물에 영국 국기와 유럽연합기가 함께 걸려있다. 런던=AP연합뉴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일까지도 여론조사는 잔류를 점쳤다. 때문에 탈퇴결정에 세계는 물론 영국 스스로도 당혹해 하는 분위기다. 영국의 이성을 믿었던 국제사회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브렉시트는 유럽 지도에서 영국 스스로 고립의 울타리를 치는 자승자박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영국은 왜 스스로 고립을 자초한 것일까.

향후 유럽의 주류 질서는 ‘27(EU 회원국): 1(영국)’의 구도로 재편될 전망이다. 따라서 외관상 영국은 1993년 EU출범 후 끈끈한 동지로 묶여있던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페인 등 유럽의 강대국들과 개별적인 경쟁을 치르며 세계경제 5위 국가의 위상을 지켜야 하는 험로에 서게 됐다.

또 브렉시트에 반대해온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이 “브렉시트가 실현되면 영국은 300억 파운드(약 48조원) 이상의 재정 구멍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예견했던 것처럼 영국 경제는 막대한 리스크를 감당해야 한다. 영국인들은 이제 EU회원국 국민으로 누려온 유럽대륙 여행자유, 각 회원국간 무관세 무역의 혜택도 포기해야 한다.

영국인들이 브렉시트를 지지한 배경에는 우선 독창적 영국문화에 대한 자부심, 대영제국의 오랜 향수가 뿌리깊게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EU탈퇴 진영의 캠프 슬로건이었던 ‘주권 회복’과 ‘통제를 되찾자’를 보더라도 브렉시트에 기운 영국인들의 속내는 실상 ‘나머지 27개 국가’들과 분리된 특별한 지위의 회복에 대한 바람이었다. 더구나 매년 18만4,000명(2015년 기준) 이상의 EU회원국 출신 이민자들이 영국으로 유입되고, 최근 시리아 사태 격화로 인해 난민이 폭증하면서 브렉시트를 통해 배타적인 지위와 주권을 확보하려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는 상황이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묻는 국민투표에 대한 개표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23일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현실화 가능성이 높아지자 런던에서 탈퇴 지지자들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묻는 국민투표에 대한 개표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23일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현실화 가능성이 높아지자 런던에서 탈퇴 지지자들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 일간 가디언은 이른바 ‘유럽연합 회의주의’가 수십년 동안 영국사회에 잠재해 있었고 급기야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통해 폭발한 것으로 풀이했다. 신문은 “각종 복지혜택이 앞선 영국이 EU국가 출신 이민자들로부터 각광을 받으면서 최근 수년 사이 영국은 난민의 본거지가 돼버렸다”라며 “EU가 2007년을 전후해 동유럽 회원국들을 두루 받아들이면서 저임금을 앞세운 이민자들의 영국 취업시장 잠식이 심화돼 영국인들의 EU에 대한 반감은 극에 달했다”고 분석했다.

브렉시트의 불씨가 된 영국인들의 반(反) 이민자 정서는 최근 터키가 난민 수용 통제 카드를 빌미로 EU가입을 추진하면서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이다. 시리아 난민이 대거 유입된 인구 7,600만명의 이슬람국 터키가 EU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온다면 이들에 대한 영국의 복지 부담 비용이 급증하고 취업시장이 대혼란을 겪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조너선 포르테스 영국 국립경제사회연구소(NIESR) 연구원은 “이민자 증대는 사회적 이슈를 떠나 경제 전반을 위협하는 문제로 불거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300억 파운드 내외의 재정 블랙홀로 사회적 비용 증대가 불가피하다는 브렉시트 반대 진영의 논리는 예상만큼 유권자들을 설득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보다 브렉시트로 절약할 수 있는 연 178억 파운드(약 28조5,000억원) 규모의 EU분담금 덕분에 영국 산업이 살아날 기회를 챙길 것이란 탈퇴 찬성 진영의 논리가 영국인들의 귀를 솔깃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 예상과 달리 영국 유권자들은 브렉시트로 얻게 될 경제적 이익을 손실보다 크게 계산한 셈이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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