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알리바바의 직구사이트
오픈마켓 시스템으로 가격 경쟁
"짝퉁 물건 대놓고 팔지만
값 싸고 국제 배송료 무료
OEM공장서 빼돌린 정품도 나와"
국내 해외 직구족들에 입소문
서울 광진구에 사는 회사원 최원석(36)씨는 요즘 시도 때도 없이 휴대폰을 들여다본다. 모바일 응용소프트웨어(앱)인 ‘알리익스프레스(AliExpress)’를 설치한 뒤 생긴 버릇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세계적 유통 공룡인 중국의 알리바바가 운용하는 인터넷 쇼핑몰 앱이다.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미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한 번 시작하면 빠져 나올 수 없는 중독성 강한 앱으로 소문이 났다.
알리익스프레스는 한마디로 중국에서 만드는 상품의 직구 사이트다. 2010년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우리나라에 알려진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수십만 명의 소규모 판매자들이 이곳에 올려놓은 물건을 해외 구매자들이 사는 일종의 개방형 장터(오픈마켓)로 우리나라의 옥션, G마켓과 비슷하다.
중독성의 비결은 화면을 마냥 내려도 끝나지 않을 만큼 어마어마한 종류의 상품을 아주 싼 값에 판매하는 데 있다. 자전거 타기가 취미인 최씨는 고글, 장갑, 모자 등 자전거용품을 알리익스프레스에서 구입했다. 최근에도 국내에서 3만,4만원에 판매하는 자전거 후미등을 알리익스프레스에서 1만3,000원에 샀다. 최씨는 “이런 상품은 국내에서 사도 마찬가지로 ‘메이드 인 차이나’(중국산)”라며 “국내 인터넷 쇼핑몰 가격과 비교해 반값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오픈마켓의 특성상 여러 명의 판매자가 같은 제품을 팔기 때문에 가격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더 싼 물건을 고를 수 있다.
여기에 무서운 것은 알리바바에서 국제 배송을 무료로 해준다. 다만 “물건을 샀다는 것을 잊을 때쯤 도착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만큼 배송기간이 2주 정도로 길다. 최씨는 “배송도 무료이고 결제 방법도 간편해 최고의 쇼핑 앱”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알리바바의 또다른 무기인 알리익스프레스가 터무니없이 싼 가격과 압도적인 물량, 무료 국제배송을 앞세워 우리나라 소비자들을 파고 들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미 최저가 해외쇼핑몰로 꼽히는 알리익스프레스를 알리바바의 ‘소리없는 공습’으로 받아 들이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유명 브랜드를 흉내 낸 유사 상품을 대놓고 파는 점이다. 회사원 윤민철(30)씨는 올해 초 물놀이할 때 쓸 액션카메라를 사려고 알리익스프레스에 접속했다. 그가 선택한 것은 액션카메라 1위 업체 고프로(GoPro)가 아닌 이른바 ‘짭프로(짝퉁+고프로)’로 불리는 중국 기업 SJ캠 제품이다. 국내 판매 가격이 30만원인 이 제품이 알리익스프레스에서 8만원 미만에 팔리고 있었다. 그는 “고프로와 비교해봐도 품질이 손색이 없어서 ‘대륙의 실수’라는 농담까지 나오는 제품”이라며 “저렴한 가격에 반해서 앞으로 자주 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정품도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 현지의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 공장에서 빼낸 정품을 싼 가격에 판다는 소문도 있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태그가 없는 오토바이용 글러브를 구입한 네티즌은 “실제 진품과 비교해 보니 품질이 너무 똑같아 놀랐다”며 “정품 판매자도 OEM 공장에서 몰래 빼돌린 제품으로 의심했다”고 말했다.
알리익스프레스의 인기에 힘입어 중국으로부터 직구를 하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관세청의 중국 전자상거래 물품 수입통관 현황에 따르면 2012년 596건에서 2013년 1,276건, 2014년 1,697건으로 증가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알리익스프레스가 아마존이나 국내 오픈마켓보다 가격 측면에서 더 유리한 만큼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판매수수료가 낮은 것도 알리익스프레스가 가격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는 배경이다. 보통 오픈마켓이 12~15% 판매수수료를 받는 반면 알리익스프레스는 5%에 불과하다. 다른 업체들이 주로 판매수수료로 돈을 버는 데 반해 알리익스프레스는 ‘온라인 마케팅 서비스’라는 광고 수입이 주 수익원이다.
문제는 ‘싼 게 비지떡’이라는 속설처럼 저렴한 가격 만큼 품질에 대한 의심이 항상 따르는 점이다. 이용자들 사이에서 알리익스프레스가 ‘짝퉁 천국’으로 통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씨는 “일단 가격이 터무니없이 싸기 때문에 정품을 산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며 “구매 시 상품에 달린 후기나 판매자의 판매횟수를 확인해야 직구 실패를 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권영은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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