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무부가 중국의 정보통신 기업 화웨이(華爲)에 북한, 이란 등 경제 제재국에 대한 수출 정보 일체를 제출하라고 요구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미국 정부가 직접 중국의 대표적 IT기업을 겨냥해 강경 조치를 취하며 북핵 해법,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을 둘러싸고 갈등을 벌이고 있는 양강 사이의 긴장이 한층 고조될 전망이다.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상무부는 최근 화웨이에 북한, 시리아, 이란, 쿠바 등에 대한 수출 내역을 제출하라는 소환장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화웨이가 제3회사를 통해 이들 나라로 보낸 화물 내역 기록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상무부는 ‘미국 기술이 일정 부분 이상 사용된 제품을 경제 제재국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을 근거로 미국의 기술이 일정 비율 이상 포함된 제품의 5년 거래 정보를 요구하고 있다.
미 상무부가 NYT의 보도에 대한 입장 표명을 거부한 가운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 “상무부는 화웨이가 미국 정부의 수출 규정을 어겼는지 조사할 예정”이라며 “다만 구체적 혐의를 잡은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화웨이 측은 조사와 관련해 “회사는 진출한 국가의 법과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화웨이는 삼성ㆍ애플에 이은 전세계 3위 휴대폰 제조 업체로, 만약 규정 위반 사실이 드러나면 미국 기업과의 거래가 중단돼 막대한 경제적 타격이 예상된다.
미국은 최근 대중 압박을 전방위로 강화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3월 화웨이의 중국 내 경쟁사인 ZTE에 미국산 부품과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한 바 있다. 미국의 기술이 담긴 제품을 이란 등 제재국에 수출한 혐의를 잡았기 때문이다. 상무부는 3월 말 ZTE로부터 “미 정부와 약속을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약속을 받은 뒤 제재를 풀어줬다. 미국 재무부는 또 이달 2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리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을 만난 다음날 북한을 ‘자금 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하는 초강수를 내 놓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압력에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일 정례브리핑에서 “화웨이는 이미 성명을 통해 미국의 법률법규를 준수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안다”며 미국측 주장을 일축했다. 북핵 해결, 남중국해 분쟁 등에서 중국과 갈등 수위를 높여가는 미국이 군사ㆍ외교 조치에 이어 경제적 압박 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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