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학교 법인 해산 후 남은 재산을 결격사유가 있는 다른 법인 등에 물려줄 경우 재산을 국고로 환수하는 내용의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20일 국회 교육문화위원회에서 가결됐다.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비리 사학의 ‘재산 대물림’을 막을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사학법 개정 추진의 직접적인 계기는 교비 횡령 등으로 내년 2월 28일 폐교 명령을 받은 서남대 사태다. 현행 사학법은 학교가 문을 닫을 경우 잔여 재산은 재단에서 정관으로 지정한 자에게 귀속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서남대 학교법인은 정관에서 폐교 시 남은 재산은 설립자 이홍하씨의 영향력 아래 있는 다른 학교법인들에 귀속한다고 해 놨다. 결국 비리를 저지른 당사자가 폐교 후 남은 재산을 갖도록 한 셈이다.
당초 사학법의 취지는 법인 해산 후에도 잔여 재산을 사립학교 교육에 재투자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으나 실제는 비리 당사자가 ‘좀비 사학’을 양산토록 한 점이 문제로 제기돼 왔다. 일부 사학은 해당 조항을 악용해 일부러 폐교하는 경우도 나왔다. 교비 부정 사용으로 논란이 된 경북외대는 2013년 비리를 덮기 위해 자진 폐교를 선택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런 경우 폐쇄된 대학의 구성원들이 밀린 임금을 받지 못해 고통을 겪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비리를 저지른 사람은 따로 있는데 오히려 피해는 학생과 교직원에게 전가된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개정된 조항에는 사학법 위반으로 해산하는 학교법인의 잔여 재산 귀속자가 친족 등 ‘특정조건’에 해당할 때 그 지정을 무효로 하고 국고로 귀속하도록 했다. 교수와 직원들의 체불임금이 있다면 환수된 국고에서 변제하게 된다. 비리를 저지른 당사자에게 재산이 돌아가는 것을 막고 구성원 피해도 줄이는 동시에 사학 비리도 엄단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문제는 자유한국당이 재산권 침해 소지 등을 들어 여전히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학법 개정이 오랫동안 논란이 돼온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비리 사학으로 대상을 한정하고 국고 귀속도 특정한 조건을 명시하는 등 논란의 여지를 없앴다. 그동안 정치권과 교육당국은 사학의 민주적 교육가치 실현보다 비리 사학의 사적 권리 보호에 치중해온 게 사실이다. 이제 설립 취지에 충실한 사학은 지원을 강화하되 비리 사학은 법과 원칙에 따라 엄하게 처벌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 사학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사학법 개정부터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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