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촛불집회에 맞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무효를 주장하는 보수단체들의 ‘맞불 집회’도 이어졌다. 이들은 최근 탈당을 선언한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을 비판하며 전선을 확대했다.
새로운한국을위한국민행동(국민행동) 등 보수단체 회원 1만여명(주최측 추산)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사 앞에서 박 대통령 탄핵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대규모 집회를 개최했다. 박 대통령 지지자들은 한 손에는 태극기, 다른 한 손에는 ‘계엄령을 선포하라’ ‘대통령님 힘내세요’ ‘언론과 국회를 해산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50ㆍ60대가 대부분인 집회 참가자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 박 대통령의 사진을 흔들며 박 전 대통령이 작사ㆍ작곡한 ‘나의 조국’을 부르기도 했다.
집회에서는 탄핵에 동참하거나 지난 21일 탈당을 선언한 새누리당 의원들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가득했다. 서경석 국민행동 대표는 “비박계가 좌파들을 돕는 치명적인 잘못을 저질렀다”며 “100만명 당원가입을 실현시켜 종북좌파와 싸우는 위대한 정당을 만들자”고 주장했다. “촛불 때문에 도망친 의원들을 정치적으로 총살시키자”는 이전린 전 국방부 차관의 주장에 참가자들은 큰 환호를 보냈다. 김길웅(70)씨는 “비박계 의원들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철새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비박은 신분세탁 변절자들’이라는 피켓을 들어 보였다. 수원에서 온 주부 김모(40)씨는 “법적 절차대로만 하면 되는데 촛불집회 때문에 억지로 대통령을 끌어내린 것에 분노한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새누리당 당원 가입원서 15만장을 준비했다.
촛불집회에 대한 원색적 비난도 난무했다.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가 “이번 기회에 30초 동안 촛불을 마음껏 욕하며 확실히 손봐주자”고 제안하자 참가자들은 “촛불은 구더기” “빨갱이” 등 욕설을 쏟아냈다. 조 전 대표는 “대한민국은 헬조선이 아니라 좋은 나라”라며 “보수세력이 살아남기 위해 대동단결해 싸우자”고 참가자들을 독려했다. 김경재 한국자유총연맹 총재는 “문재인 의원은 광화문에서 대통령 취임식을 열고 김정은 위원장을 초청할 것”이라고 비판하며 헌법재판소를 압박하는 촛불집회는 폭동이라고 주장했다. 보수단체 회원들은 가방에 세월호 리본을 착용한 촬영기자를 연단에서 끌어내리거나 9차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과 곳곳에서 충돌을 빚기도 했다.
이들은 집회를 마친 후 박근혜를사랑하는모임(박사모)이 주최하는 ‘헌법수호를 위한 국민연대’ 집회에 합류하기 위해 대한문 앞까지 행진했다. 이 과정에서 보수단체 회원 50여명이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과 대치하자 경찰은 경찰력 100여명을 동원해 만일의 불상사에 대비했다.
글ㆍ사진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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