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 111명 모두 격리 조치 불구
밀접 접촉따른 대규모 감염 우려
"고령에 콩팥기능 크게 떨어져
면역력 저하로 고위험군 가능성"
메르스에 감염된 76번 환자가 확진 판정 받기 전 하루 동안 머물러 코호트 격리를 받고 있던 강동경희대병원 인공신장실(투석실)에서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다. 보건당국은 인공신장실을 이용한 환자 111명을 격리 조치했지만, 추가 감염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비상이 걸렸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위원회는 18일 메르스 환자로 추가된 165번 환자(79?남)가 증상 발현 이후 이 병원 인공신장실에서 치료를 받았다고 밝혔다. 인공신장실에서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65번 환자는 9일 메르스 증상이 나타난 이후 11,13일 강동경희대병원 지하1층 인공신장실에서 두차례 치료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방역당국은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된 76번 환자(75ㆍ여ㆍ사망)가 이달 6일 엉덩이뼈 골절로 강동경희대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당시 165번 환자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병원의 응급실 레지던트인 160번 환자(31)도 앞서 17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문제는 격리조치가 취해진 111명 환자 중 메르스 추가 감염자가 발생할지 여부다. 신장내과 전문의들은 투석 시 환자간 거리가 2미터가 채 되지 않는 인공신장실 여건 상 추가 감염자가 나올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김연수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우려했던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면서 “20~30개 침대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인공신장실 구조상 추가로 메르스 환자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장도 "투석실은 침대가 굉장히 밀접해 있고, 4시간 정도 같은 공간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나머지 환자들을 밀접접촉자로 분류해 집중관리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의들은 11일 이후 인공신장실에서 치료를 받은 111명의 환자가 투석 후 검사를 받고 약을 타는 등 병원에서 자유롭게 이동했기 때문에 이들 외에 의심환자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신장기능이 떨어지는 혈액투석환자들은 면역 기능이 저하돼 바이러스 감염 확률이 높은 점도 문제다. 구자룡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이들 환자들은 콩팥기능이 떨어져 일반인들보다 메르스 바이러스가 폐와 장기 등에 공격적으로 침투할 수 있다”면서 “고령의 혈액투석자가 메르스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면 고위험군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인공신장실에서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자 대한신장학회는 이날 인공신장실을 운영하고 있는 의료기관에 관리지침을 전달했다. 학회는 “혈액투석환자 중 메르스 감염자가 발생하면 환자를 치료병원으로 이송해 격리치료 해야 한다”면서 “혈액투석환자들은 투석을 위해 매주 2,3회 병원을 방문해야 하기 때문에 자가 격리된 환자들이 병원에 방문할 때 대중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방역당국이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의사들은 “혈액투석환자는 보통 여러 병원에서 투석을 받는 이들이 많은 게 현실”이라면서 “사태가 안정될 때까지 의료기관을 돌아다니지 말고 한 병원에서 안전하게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ankk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