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찬양 기사로 탄핵 결정 안 돼
예수도 다수결 때문에 십자가…”
박한철 소장 제지에도 막무가내
방청객들 야유… 재판관들 헛웃음
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2차 변론기일은 색깔론ㆍ사실 왜곡ㆍ확대 해석에 터잡은 대통령 측의 ‘황당 변론’으로 얼룩졌다. 박 대통령 법률 대리인들은 박한철 헌재 소장의 제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쟁점과 무관한 주장을 이어나갔고 방청석에선 야유와 조소가 터져나왔다.
모두 진술 후 추가 발언을 자청한 박 대통령 측 서석구 변호사는 ‘최순실 게이트’ 관련 보도와 촛불시위를 북한과 연결짓는 ‘색깔론’을 제기했다. 서 변호사는 “북한 노동신문이 남조선 언론을 가리켜 시대의 선각자 또는 의로운 행동에 나섰다고 보도하고 있다”며 “유엔으로부터 인권개선을 촉구 받는 북한 언론에 의해 칭찬 받는 이런 기사로 탄핵 사유를 결정한다면 중대한 헌법 위반”이라고 항변했다.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광장에 모여든 촛불시위에 대해서도 배후에 ‘불순한 세력’이 있다는 주장을 폈다. 서 변호사는 “광화문 촛불집회를 주도한 세력은 민중총궐기투쟁본부이고 투쟁본부를 주도한 세력은 민주노총”이라며 “(촛불집회에서) 김일성 주체사상을 따르는 이석기(전 통진당 의원) 석방을 요구하는 거리행진을 했다”고 말했다. 촛불집회에서 불린 노래 ‘이게 나라냐’ 지은이가 국가보안법 위반 사실이 있다는 점,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 등을 고발한 투기자본감시센터 전직 관계자가 과거 론스타로부터 부정하게 7억원을 수수한 사실도 열거했다. 일부 시위 참가자의 이력과 주장을 빌미 삼아 촛불집회에 색깔론을 뒤집어 씌우려 한 것이다. 박 대통령 탄핵 촛불시위를 폭력으로 얼룩졌던 2015년 민중총궐기와 동일시하면서 “대한민국에 대한 선전포고다. 어떻게 이게 민심이냐”는 비논리적인 주장도 했다.
보다 못한 박 소장이 “탄핵소추사유에 대한 의견만 진술해 달라”며 제지했지만 서 변호사는 멈추지 않았다. 그가 “소크라테스와 예수도 다수결 때문에 사형되고 십자가를 졌다”며 “신이 헌법재판소를 보호해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복음을 달라”고 황당 발언을 마쳤을 때 방청객들은 야유와 비웃음을 보냈다. 일부 재판관들도 천장을 쳐다보거나 헛웃음을 지었다.
앞서 모두 진술을 한 이중환 변호사는 박 대통령의 무고함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논란을 낳았다. 탄핵사유 중 세월호 참사 당시 박 대통령의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에 대해 이 변호사는 “(세월호 참사는) 해난 사고의 특성상 많은 인명이 희생됐다”며 사고의 특성상 대형참사가 불가피했고, 박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이 최순실씨의 지인이 운영하는 업체(KD코퍼레이션)에 특혜를 줬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박 대통령은 어릴 때부터 육영수 여사를 따라다니며 ‘대통령에게까지 온 민원은 마지막 부탁이라 소홀히 여기면 안 된다’는 철학을 경험했다”며 “박 대통령의 의도와 다르게 (특혜가 주어진) 결과만을 두고 형사적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최씨에게 청와대 기밀 문건이 유출된 데 대해서도 “최씨 의견을 청취해 국정운영에 아주 조금 참고한 사실이 있다. 그러나 최씨가 조직적으로 국정운영에 관여하도록 한 사실은 없다”며 모순된 주장을 펼쳤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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