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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 대우증권 품고 ‘미래 신화’ 키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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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 대우증권 품고 ‘미래 신화’ 키우다

입력
2015.12.24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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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4500억 파격 인수가 써내

KB금융, 한투증권에 막판 뒤집기

합병 땐 자기자본 8조로 최대

2위 NH증권과 3조 이상 차이

“아시아 대표 IB로 도약 발판”

박 회장의 강력한 의지 결실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회장. 미래에셋자산운용 제공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회장. 미래에셋자산운용 제공

박현주 회장이 이끄는 미래에셋증권이 KB금융지주, 한국투자증권을 제치고 KDB대우증권 인수전에서 승리했다. 압도적인 규모의 국내 1위 증권사가 탄생함에 따라 금융투자업계에는 메머드급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시장의 예상을 뒤집은 결과라는 점에서 박 회장의 과감한 승부사 기질이 기막힌 반전을 이끌어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 큰 가격 제시

24일 산업은행은 대우증권 매각 본입찰에서 미래에셋증권을 인수 우선협상자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미래에셋은 대우증권의 지분 43%와 산은자산운용의 지분을 100% 보유하게 됐다. 두 회사의 지분을 합하면 장부가로 1조8,335억원 규모다. 미래에셋증권은 이 가격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 약 2조4,500억원의 인수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국투자증권은 2조2,000억원대, KB금융지주는 2조1,000억원 이하를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당초 시장의 전망에서 크게 벗어난 결과다. 대우증권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지난 8월 매각을 발표할 당시부터 가장 강력한 인수 후보는 단연 KB금융지주였다. 자금 동원력이 경쟁사 대비 크게 우세했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인수 후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면서 대우증권 인수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반면 미래에셋은 본입찰이 다가오면서 ‘무리한 베팅은 하지 않겠다’는 등의 입장을 공공연히 내놓아 시장에선 ‘미래에셋은 인수 의사가 없다”는 루머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미래에셋은 결정적인 순간 과감한 금액을 베팅하며 경쟁자들의 의표를 찔렀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가격 차이가 워낙 커서 이사회에서도 만장일치로 미래에셋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전했다.

박 회장의 승부수 통했다

이에 따라 박 회장이 특유의 승부사 기질을 발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박 회장이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자금 확보에 집중해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래에셋은 지난 8월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포기해 일찌감치 대우증권 인수에 집중했고, 지난달에는 9,561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실탄’을 마련했다.

박 회장은 과거에도 중요한 선택의 순간에서 과감한 승부수를 던져 성공한 사례가 많았다. 동원증권에서 최연소 임원을 지내는 등 성공가도를 달리다 지난 1997년 돌연 창업을 선언해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설립했고, 국내 증권사들이 해외 진출에 소극적이었던 2003년에는 자산운용사 최초로 홍콩 현지법인을 세우기도 했다.

대우증권 인수는 그 동안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IB 부문과 해외사업에서의 역량 강화를 위한 또 하나의 승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자본확충 방식으로는 자본금이 28조원에 달하는 일본의 노무라 같은 아시아 대표 IB(투자은행)를 만들기 쉽지 않다고 판단해 장부가에 30% 이상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는 승부를 던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우증권 인수를 통해 아시아 대표 IB를 키우려는 박 회장의 의지가 그만큼 강력했다는 것이다.

대우증권 인수를 마무리하면 통합 미래에셋증권은 자기자본 규모가 8조원에 육박하는 명실상부 국내 최대 규모 증권사로 올라서게 된다. 2위인 NH투자증권과는 3조원 이상의 차이가 나며 3위인 삼성증권의 두 배를 웃도는 규모다. 국내 1위 증권사는 물론, 글로벌 투자은행(IB) 들과 경쟁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게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조직 문화가 사뭇 다른 두 회사의 화학적 결합을 이뤄내야 하는 등 남아있는 숙제도 만만치는 않다. 우선협상대상 발표 후 미래에셋 인수에 대해 재차 강력한 반대 입장을 내놓은 대우증권 노조를 설득하는 일이 박 회장이 마주하게 될 첫번째 난관이 될 전망이다.

유환구기자 redsun@hankookilbo.com

김진주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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