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의 당 개혁 작업이 중대한 위기에 봉착했다. 6일 상임전국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인적 청산 등 당 쇄신과 개혁작업을 추진할 비상대책위 임시 지도부를 구성하려고 했으나 정족수 미달로 무산됐다. 친박계 핵심들의 조직적 방해가 작용한 결과다. 인 비대위원장은 회의 무산 직후 “오늘의 이 사태는 나라를 망친 패거리 정치의 민낯이 어떤 것인지 국민 여러분께 낱낱이 보여줬다”고 친박계를 강하게 비판했다. 새누리당은 내주 중 상임전국위를 다시 소집하기로 했지만 친박계가 물러서지 않는 한 전망은 불투명하다.
상임전국위 무산에 반발해 인 위원장이 당을 떠날지 모른다는 예상도 나왔다. 인 위원장은 친박계 핵심인사들의 자진 탈당 등 인적 청산 시한을 이날까지로 제시한 뒤 미진하면 8일 거취를 밝히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하지만 인 위원장은 “당을 잘 추슬러서 다시 한 번 국민에게 사랑받는 당, 국민에 크게 봉사할 수 있는 당으로 만들도록 최선을 다해 당 개혁과 당을 세우는 일에 앞장서겠다”고 말해 일단 사퇴설을 일축했다. 친박계 반발에 맞서 인적 청산 등 개혁작업을 계속 밀어붙이겠다는 의지 표명이다. 그러나 끝내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당을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당이야 어찌됐든 기득권을 놓지 않겠다는 친박계 핵심인사들의 버티기는 뻔뻔스러움의 극치다. 친박계가 당 쇄신을 위한 상임전국위 소집을 무산시킨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해 친박 패권공천 분란으로 4ㆍ13총선에 참패한 뒤 당 쇄신을 이끌 비대위원장 및 혁신특별위원장 선출을 위한 상임전국위가 소집됐을 때도 조직적으로 개입해 무산시킨 바 있다. 책임질줄 모르는 후안무치한 행태가 이번에 고스란히 재연됐다.
인적 청산 핵심 대상으로 꼽히고 있는 서청원, 최경환 의원 등이 끝까지 버티며 인 위원장의 당 쇄신과 개혁 작업을 무산시킬 수는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당 분란이 극심해지면 지난번 개혁보수신당 분당 당시 동요했던 중도성향 의원들이 대거 이탈할 개연성이 높아진다. 12일로 예정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귀국에 즈음해 충청권 의원들의 집단 탈당도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게 되면 새누리당은 몇몇 친박계 골수의원만 남고 형해화할 게 틀림없다. 그런 새누리당을 과연 누가 지지할까. 인 위원장과 서 의원이 벌이고 있는 작금의 추악한 싸움에 혀를 차는 국민도 적지 않다. 친박계 핵심 인사들은 국민의 눈 높이에서 냉정하게 자신들을 돌아보고 거취를 결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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