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7일 서울 종로구 중구 동대문구 동작구 등 4개 구를 투기지역으로 추가 지정하는 등의 부동산대책을 또 내놨다. 앞서 박원순 서울시장도 지난 7월 발표한 ‘여의도ㆍ용산 마스터플랜’ 추진 계획이 서울 집값 앙등을 불렀다는 비판에 직면하자 26일 “주택시장 안정 때까지 계획 추진을 전면 보류하겠다”고 물러섰다. 정부와 서울시의 잇단 조치는 서울 아파트 가격이 최근 4개월 간 무려 8.3%나 급등한 데 따른 응급처치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냉소적이다. 이미 가격이 오를 만큼 오른 뒤의 늑장 조치인데다, 내용도 별게 없어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할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 서울 4개 구가 투기지역이 돼도 주택 구입자에게 추가 적용되는 규제는 주택담보대출 세대 당 1건에 대출 만기연장 제한 정도에 불과하다. 서울시가 ‘여의도 통개발’ 계획을 보류한 것 역시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는 점에서 집값 추세를 역전시키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거듭된 정책 실패와 엇박자가 사단을 불렀다. 서울 아파트 월평균 거래가격은 양도세 중과를 앞뒀던 3월만 해도 1㎡ 당 671만9,000원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임대사업자 양도세 중과 제외가 확정된 3월 하순 이후 재반등했고, 7월초 시장을 위협했던 보유세 인상이 ‘물폭탄’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급상승해 연초 가격을 넘긴 727만7,000원까지 치솟았다. 결국 타이밍도 내용도 놓친 ‘찔끔 대책’들이 시장의 면역력만 키웠고, ‘여의도 통개발’을 둘러싼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 엇박자까지 더해져 ‘8ㆍ2 대책’ 이후 ‘투기와의 전쟁’을 완전한 실패로 돌린 것이다.
1년 간의 정책 실패는 규제 일변도의 수요 억제만으로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과정이었다. 또 강남ㆍ북, 서울ㆍ지방 간 주거환경 격차 해소를 전제하지 않은 단순 공급책 역시 실효성이 낮다는 점도 판명됐다. 따라서 이젠 전투적 대책보다 질 좋은 주거 욕구에 부응하는 공급계획과 주거환경 격차 해소를 위한 유기적 청사진을 제시할 때가 됐다고 본다. 물론 그 청사진에는 지역밀착형 SOC 투자부터 입시학원 분산책에 이르는 전환적 대책이 포함돼야 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