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시스템 변경, 상식대로 갈 것
안철수의 이기심에 야당이 이 꼴로
당 차원에서 후보 연대 제의 못해
최근 더불어민주당은 ‘물갈이 공포’에 휩싸였다. 문재인 전 대표 시절 혁신위원회가 만든 ‘하위 20% 현역 의원 공천배제(컷오프)’의 충격이 가시지도 전에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당내 유일의 광주 3선인 강기정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했고, 정밀 심사를 통해 추가 탈락자를 걸러내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26일 대표 취임 한 달(27일)을 맞아 한국일보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단호하게 “경쟁력이 떨어지는 후보는 바꾸는 것이 당연한 이치며 대신 내놓을 사람도 당선 가능성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개의치 않았다. 김 대표에게 공천 계획, 야권 연대 등 총선 전략을 들어봤다.
_광주 방문 중 강기정 의원의 공천 배제를 발표한 것을 두고 광주 민심이나 당내 여론이 좋지 않다.
“며칠 전부터 광주에 가면 그 문제를 확정하려고 준비를 했다. 그 동안 여러 차례 여론조사와 검토를 거쳐 (전략 공천 지역으로) 결정했다. 지금 우리당 소속 광주 현역 의원이 2명뿐이라 당 조직이 허물어졌다. 하루빨리 조직을 복원해 선거를 치러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광주에 대해 선제적 결정을 해야 했다.”
_2차 컷오프를 위한 정밀 심사를 준비 중이다. 이미 컷오프를 했는데 또 필요하냐는 목소리도 있다.
“남은 의원의 50%(3선 이상), 30%(초ㆍ재선)를 공천 배제한다는 뜻이 아니다. 경쟁력 없는 후보를 대상으로 당선 가능성을 다시 보는 것이다. 사람을 내보내면 대체할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솔직히 우리 인재풀이 너무 좁아 힘들다. 의원들에게 쓸데없는 걱정 말고 선거운동이나 열심히 하라고 했다. 당선 가능성 높고, 경쟁력 있는 후보라면 걱정할 게 없다.”
_‘시스템 공천’이라 불리는 공천 구조에서 당 대표의 운신의 폭이 좁다. 29일 당무위원회에서 1차 컷오프 의원 구제 가능성과 기존 시스템 변경을 논의한다는 말이 있다.
“당은 비상 상황이다. 나라가 비상 상황이면 헌법도 정지한다. 규정대로만 하라 하면 대표로서 정무적 판단이나 변화를 이끌기 쉽지 않다. 1차 컷오프는 내가 오기 전 정해진 룰에 따른 것이었기 때문에 나로서는 (구제) 방법이 없다. 일단 당무위원회의 의견을 들어 보겠지만 설사 (일부 변경이 되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모든 걸 상식대로 처리하면 된다.”
_김종인 대표 체제 출범 이후 당은 안정을 찾았지만 새누리당과 지지율 격차를 줄이지 못하고 있다.
“과거에도 야당 지지율은 선거 직전까지 20~25%를 유지했지만 막상 결과는 달랐다. 2010년 지방선거 때도 선거 앞두고 천안함 사태가 일어나자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전쟁이 일어날 것처럼 여론을 부추겼고 한나라당은 승리를 확신했다. 그러나 결과는 야당 승리였다. 유권자들은 늘 한쪽으로 쏠리는 것을 견제하고 현명한 판단을 했다. 난 지금도 누가(새누리당이) 180석, 200석 이라고 말하는 것이 나쁘지 않다. 내가 선거 끝나면 떠날 것이라 선거에 신경을 덜 쓰지 않느냐는 말도 있지만 내 평판을 위해서라도 나는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
_ ‘김종인 패권 정치’라는 얘기도 나오는데.
“패가 없는 내가 무슨 패권이냐. 여태껏 국회의원도 하고 청와대에서 정책도 만들었지만 상식을 벗어난 적이 없다. 내가 현역 의원들을 공천에서 배제하고 내 사람을 심을 것이라는 소문도 있던데 말도 안 된다.”
_최대 격전지 수도권은 야권 분열로 결국 새누리당에 어부지리 주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많다.
“수도권 유권자들은 1번, 2번에 관심 갖지 3번 후보엔 관심을 안 갖는다. 3번을 찍으면 자신의 표가 ‘죽은 표’가 된다는 걸 안다. 게다가 국민의당은 이상하게 짜깁기 돼 정체성을 모르는 당이 됐다. 새정치를 한다 했지만 하나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국민이 잘 안다.”
_한 때 멘티였던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를 향해 “경제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는 등 날 선 비판을 하셨는데.
“안철수라는 돌발적인 사람이 정치권에 들어와 한국 정치의 비용이 너무 높아졌다. 자기 이기심에 사로잡혀 오늘날 야권을 이 꼴로 만든 것 아닌가. 그렇다고 그 자신이 성공할 수 가능성도 높지 않다. 야권 분열을 이끈 책임에서 절대 못 벗어날 것이다.”
_국민의당이나 정의당과 야권 후보 연대에 대해서 부정적이라고 알고 있다.
“지역구 후보들이 개별적으로 연대를 한다면 내가 뭐라 얘기 못하지만, 당 차원에서 후보 연대 하자는 얘기는 할 수 없다. (국민의당은) 당을 쪼개고 나간 사람들인데, 후보 연대를 할 거면 나가지 말았어야 한다. 정의당은 확실한 이념 정당이라 연대가 (한다 해도) 쉽지 않을 것이다.”
김 대표는 더민주가 대선에서 집권하기 위해서는 ‘표의 확장’을 위한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햇볕정책에 대한 고민과 외부 인사 영입에 있어서 기존과는 다른 시도가 필요하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_지난주 광주에서 발표한 ‘광주 선언’에서 또 다시 햇볕 정책을 언급했다. 대표가 대북 정책에 대해 발언할 때마다 새누리당이나 국민의당이 정치 쟁점화 하는데.
“자꾸 내 말을 오해해서 설명했을 뿐이다. 평화통일은 헌법에 있는 장기 목표고, 햇볕정책은 이를 위한 수단이다. 지금은 햇볕정책을 한다 해서 (통일에) 다가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핵ㆍ미사일을 개발 하는 북한과 대화도 쉽지 않다. 햇볕정책을 안 한다는 게 아니다. 상황에 맞는 변화를 통해 평화통일로 가자는 것이다. 햇볕정책은 목표가 아니라 수단이며 이를 잘 구별해야 한다.”
_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초기 협상을 이끌었던 김현종 전 유엔대사 영입을 두고 지지자들 사이에서 ‘당 정체성과 맞지 않은 영입’이라며 뒷말이 많다.
“김 전 대사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형편없는 사람이라면 출마를 해도 당선 안될 거다. (입장 표명에 대해서는) 알아서 판단할 것이다. 그는 한미FTA 협상을 미국에 유리하게 한 사람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더민주는 특정한 이념이 좌지우지하는 당이 아니라 생각이 다른 여러 사람이 다 같이 모일 수 국민 정당이다. 집권을 위해서는 다양성을 갖춰야 한다.”
_더민주가 집권을 위해 반드시 버려야 할 것이 한 가지 있다면 무엇이라고 보나.
“더민주 의원들은 ‘집권’에 열을 내고서 의정 활동을 해야 한다. 의원직 자체가 즐거워서 의정 활동을 하면 안 된다. 그러면 정당이 활력이 없게 되고, 당을 약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정재호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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