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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유진 서넌 (1.16)

입력
2018.01.16 04:4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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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 다녀온 마지막 우주인 유진 서넌이 2017년 1월 16일 별세했다.
달에 다녀온 마지막 우주인 유진 서넌이 2017년 1월 16일 별세했다.

1972년 12월 7일, 미국 달 탐사 계획 ‘아폴로 프로젝트’의 마지막 우주선 아폴로 17호가 지구를 떠났다. 머잖아 여행자들의 정기 왕복선이라도 생길 것 같던 벅찬 기대가 그렇게 사위었고, 달은 다시 적막해졌다. 유진 서넌(Eugene Cernan)은 그 막차의 선장이었고, 달을 떠난 마지막 인간이기도 했다. 그가 1년 전 오늘 별세함으로써 인류는 달의 길을 안내해 줄 사람마저 잃었다.

그와 사령선 조종사 로널드 애번스(Ronald Evans), 탐사선 챌린저 호를 끌었던 해리슨 슈미트(Harrison Schmitt)를 태운 아폴로 17호는 그날 새벽 5시 플로리다 케네디우주센터 발사기지를 떠나 11일 새벽 2시 무렵 달에 닿았다. 지구의 달이 갓 그믐을 지나 조금씩 부풀어가던 때였다.

애번스의 사령선이 달 궤도를 선회하는 동안, 챌린저호로 달의 ‘타우루스 리트로(Taurus-Littrow)’ 계곡에 내린 서넌과 슈미트는 약 74시간 동안 달에 머물렀다. 그들은 역대 최장 선외 활동 기록인 22시간 6분 간 달 표면을 누비며 741점, 249파운드의 광물 등 달 표본을 채집한 뒤 19일 저녁 지구로 귀환했다. 미국은 그들이 싣고 온 암석 일부에 ‘선의의 달 암석(Goodwill Moon Rock)’이란 이름을 달아 130여 개국에 선물했다.

1969년 아폴로 11호로 달에 첫 발을 디딘 닐 암스트롱처럼, 네 살 아래인 서먼도 퍼듀대(기계공학 전공)와 해군 항공대를 나온 전투기 조종사였다. 그는 5,000시간 비행 기록을 달성했고, 해군 국방대학서 항공우주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63년 NASA 우주 비행사에 뽑혀, 66년 제미니 9호, 69년 아폴로 10호 비행을 포함, 세 차례 우주 나들이를 성공적으로 수행, 두 차례 달에 간 3명의 인간 중 한 명이 됐다.

마지막 우주비행을 떠나며 지구 상공 4만5,000km 지점에서 슈미트가 촬영한 ‘더 블루 마블(The Blue Marble)’은 사람이 직접 촬영한 지구사진이다. 서넌은 그 사진에 “우리는 달을 탐사하러 갔지만, 실제로는 지구를 발견했다”는 멋진 캡션을 달았다.

이제 인류는, 머지않아 여행선이 아닌 탈출선을 타고 지구를 떠나야 할지 모른다는 걱정을 하게 됐다. 그 때 그들이 보게 될 지구는 서넌이 본 72년의 푸른 대리석 같지는 않을 것이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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