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성군까지 포함돼 정면도전 인식
유승민과의 대립구도 조성도 부담
청와대가 새누리당의 최근 공천 사태로 불편한 침묵에 빠졌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24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들에 “언급할 게 없다”며 입을 굳게 닫았다. ‘청와대가 공천을 하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런 걸 묻느냐’는 반박도 공개적으로 하지 않았다. 하지만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옥새 투쟁으로 박근혜 대통령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는 평가 속에 긴장된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김 대표가 이날 기습적으로 발표한 무공천 지역 5곳에는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 달성군도 포함됐다. 여권에서 달성군은 그 상징성으로 인해 일종의 성지이자 불가침 영역으로 받아들여지는 곳이다. 이를 잘 아는 김 대표가 달성군까지 무공천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사실상 박 대통령에게 전면 투쟁을 선포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또 이날 김 대표의 옥새투쟁은 대구로 내려 간 이른바 ‘진박’ 후보 6명 중 곽상도 후보를 제외한 후보들의 국회 입성의 길을 차단하는 카드여서 청와대를 더 뼈아프게 했다.
청와대는 여당 친박계와 함께 대통령의 눈 밖에 난 유승민 의원을 잔인하게 내쫓고, 그 대가로 민심과 명분을 내주었다는 비판도 사고 있다. 이로 인해 여권의 총선 구도가 ‘박근혜 대 유승민’으로 만들어질 여지가 생긴 것 역시 청와대로선 부담이다. 공천 과정에서 ‘당당한 피해자’가 된 유 의원의 무소속 출마 승부수가 성공해 20대 국회로 살아 돌아와 차기 권력으로 급부상하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유 의원의 힘이 세지는 만큼 박 대통령의 힘은 빠질 수밖에 없고, 청와대 우위의 당청 관계를 더 이상 이어갈 수 없을 것이다.
이처럼 김 대표와 유 의원이 동시에 청와대와 충돌하는 상황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스스로 정국 주도권을 걸고 미래 권력과 갈등의 전면에 섰다는 점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2009년 세종시 백지화 논란 때와 상황이 비슷하다”며 “총선 결과에 따라 권력의 원심력이 커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문제는 지금의 여파가 총선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반여(反與) 역풍으로 이어질 조짐이 있다는 것이다. 강석훈(서울 서초을) 의원과 조윤선(서초갑) 전 청와대 정무수석, 심윤조(강남갑) 의원 등 강남지역 진박ㆍ친박 후보들이 경선에서 줄줄이 패배한 것은 예사롭지 않다. 여권 인사는 “경선을 며칠만 빨리 했어도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며 “이는 청와대와 친박계의 행태가 급속한 민심 이반을 낳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한다면 박근혜 정부는 남은 임기 내내 야당에 끌려 다니는 처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최문선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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