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스로 인명진 비대위 체제를 꾸린 새누리당이 13일 대선 전 개헌 추진을 공언하고 나섰다. 인 비대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정치혁신의 첫 화두로 “비정상화의 정상화를 위한 개헌”을 제시하고 “5년 단임 대통령제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대선 전에 반드시 매듭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국회 개헌특위 간사인 이철우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당 개헌특위를 구성해 당 차원의 대선 전 개헌 추진 의지를 뒷받침 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차기 대선 전 개헌을 천명했던 것에 비춰 이날 새누리당의 대선 전 개헌 주장은 새삼스럽지 않다. 87년 체제 산물인 5년 단임 대통령제의 폐해 지적과 함께 국민기본권 강화, 분권과 협치 등의 개헌 방향에 대해서는 정치권 안팎에 상당히 넓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도 하다. 그러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귀국에 맞춰 대선 전 개헌 카드를 빼든 시점이 공교롭다. 유력 대선주자 중 한 사람으로 부상한 그와 개헌을 고리로 한 연대를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인 비대위원장은 이날 반 전 총장의 귀국 메시지 중 패권주의 청산 언급에 대해 “내 생각과 똑같은 생각을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그와의 연대에 앞서 정체성이 맞는지 검증이 필요하다고 전제하긴 했지만 노골적 추파에 가깝다. 새누리당에서 분당해 나간 바른정당과 최근 지지도 정체를 겪고 있는 국민의당도 대선 전 개헌을 고리로 반 전 총장 영입 또는 연대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제 3지대에서 개헌을 기치로 ‘빅 텐트’를 세우려는 움직임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모두가 조기 대선을 앞두고 다분히 합종연횡을 위한 정치공학적 수단으로 개헌을 내걸고 있는 느낌이 강하다. 차기 주자 중 지지도 선두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측은 이 같은 개헌추진에 크게 반발한다. 문 전 대표를 고립시키려는 정략적 의도가 있다고 보는 탓이다. 개헌 필요성에 대한 국민여론이 높기는 하지만 개헌 논의 흐름이 이런 식으로 변질되면 국민에게 외면받기 십상이다. 헌재 탄핵심판 일정에 따라 유동적이지만 조기대선이 실시된다면 대선 전 개헌은 시간상 무리다. 섣부르게 대선 전 개헌을 추진했다가 모처럼 국민들 사이에 형성된 개헌에 대한 공감대를 흔들 수도 있다. 각 정당과 정파, 차기주자들이 진정으로 개헌을 원한다면 현실적 일정을 제시하고, 구체적 방향과 내용에 대해 지속적으로 국민 의사를 수렴해 가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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