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중남미 4개국 순방 일정은 그야말로 강행군이었다. 박 대통령과 수행원들을 태운 전용기는 27일까지 9박12일 간 4개국을 돌며 약 4만3,000km를 이동했다. 지구 한 바퀴(4만 75km)보다 긴 거리였다. 박 대통령은 12~14 시간의 시차로 밤과 낮이 뒤바뀐 현지에서 거의 매일 4~7개 씩의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25일 “빡빡한 일정 때문에 박 대통령은 편도선이 붓고 열이 오르고 복통까지 생겨 매일 링거와 주사를 맞았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해 2월 네덜란드 헤이그와 9월 미국 뉴욕 방문 때도 링거를 맞으며 강행군을 했다.
청와대 참모들도 날 선 긴장 속에 박 대통령을 보좌하느라 극심한 피로에 시달렸고, 일부는 탈이 났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순방이 끝날 무렵 심각한 구강질환으로 고생했다. 박 대통령이 참석하는 거의 모든 행사에 배석하고 매일 아침 일찍 또는 밤 늦게 순방 성과를 동행한 기자들에게 브리핑하느라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탓이다. 평소 대식가인 안 수석은 통증이 심해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바람에 몇 일 사이에 몸무게가 눈에 띄게 줄었다. 한 관계자는 “대통령의 외국 순방은 결국 경제 성과로 평가 받게 돼 있어 업무 부담이 워낙 컸던 데다, 안 수석이 모든 업무를 꼼꼼하게 직접 챙기는 스타일이라 고생이 심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민경욱 대변인은 스트레스와 피로가 쌓이면서 갑자기 생긴 치통과 몸살, 피부 질환이 겹쳐 혼이 났다. 전화로 통증을 호소한 민 대변인에게 의사인 부인은 “당장 처치를 하지 않으면 치아 신경이 괴사한다”고 걱정했지만, 바쁜 일정 때문에 다량의 진통제로 버틸 수밖에 없었다. 민 대변인은 졸음을 물리치느라 한국에서 처방 받아 간 각성제를 먹기도 했다. 우경하 의전비서관의 경우는 첫 번째 국빈방문국인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의 높은 해발고도(2,640m) 때문에 한 동안 고산병 증세로 고생했다.
상파울루=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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