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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옥근, 해참총장 때 대통령도 팔아 뇌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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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옥근, 해참총장 때 대통령도 팔아 뇌물 받았다

입력
2015.02.1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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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함께 군함 태워주겠다" STX에 행사 후원금 10억 요구

7억7000만원 관리한 장남도 차명계좌 세탁 혐의 등 기소

이명박(왼쪽에서 두 번째) 전 대통령이 2008년 10월 부산 국제관함식에서 군함에 동승한 정옥근(첫 번째) 당시 해군참모총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명박(왼쪽에서 두 번째) 전 대통령이 2008년 10월 부산 국제관함식에서 군함에 동승한 정옥근(첫 번째) 당시 해군참모총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08년 10월 부산 국제관함식에서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탄 군함에 강만수 STX그룹 회장이 동승했다. 강 회장은 해군함정 관련 방산업체 기업인으로는 유일한 참가자였다. 그 배경에 대통령을 팔아 뇌물을 챙긴 당시 해군참모총장이 있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방산업체에서 8억원에 가까운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정옥근(62) 전 해군참모총장이 장본인이다. 해군참모총장은 국군의전 3위의 핵심 요직이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대전고검 차장)은 STX그룹으로부터 7억7,000여 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정 전 총장을 구속 기소했다고 17일 밝혔다. 함께 연루된 장남(38)과 해군대령 출신 유모(59)씨, STX조선해양 사외이사였던 윤연(66) 전 해군작전사령관도 뇌물을 주고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합수단에 따르면, 정 전 총장은 2008년 9월 유도탄 고속함 4척과 차기 호위함 등을 STX조선해양이 수주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해 준 대가로 장남 회사를 통해 7억7,000여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군이 STX해양조선에게 다수의 군함과 핵심 부품을 발주한 직후 정 전 총장은 2008년 10월 부산에서 열린 국제관함식 행사에 연계행사로 민간요트행사를 집어 넣었다. 전임 총장도 꺼렸던 행사였지만 관함식을 총괄했던 정 전 총장은 강행했고 그 주관사로 장남이 대표로 있는 요트앤컴퍼니를 선정했다. 이 회사는 장남이 대표이긴 했지만 설립자본금 절반(5,000만원)과 운영자금(3,000만원)을 정 전 총장이 직접 댄 가족 기업이었다.

유 전 대령을 시켜 주관사 선정 작업을 마친 정 전 총장은 전역 후 STX에 자리잡은 윤 이사를 통해 STX 측에 10억원의 행사 후원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거절할 경우 입게 될 불이익을 우려한 강덕수 당시 STX 회장은 지급을 지시했으나 실무진이 “액수가 과다하고 제안서가 부실하다”며 꺼렸다. 그러자 정 전 총장은 “국제관함식에서 대통령이 탑승하는 군함에 강 회장을 동승시켜 주겠다”며, 금액을 7억7,000만원으로 수정해 제시하는 등 적극성을 보였다. 실제로 국제관함식에서 강 회장은 대통령과 군함에 동승할 수 있었다. 이후에도 정 전 총장은 윤 이사를 통해 강 회장을 압박했다. 그는 “해군참모총장인 내가 직접 얘기했는데 STX에서 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 앞으로 사업할 생각이 있는 건가”라고 협박하며 후원금 지급을 독촉했다. 결국 강 회장 측은 2008년 9월부터 12월 사이 모두 4차례에 걸쳐 7억7,000만원을 요트앤컴퍼니에 지급했다.

합수단에 따르면 요트앤컴퍼니는 STX에서 받은 후원금 가운데 2억9,600만원만 행사경비로 사용했다. 장남은 남은 돈으로 정 전 총장이 대준 사업자금을 반환하거나 승용차를 구입했으며, 약 2억원은 차명계좌로 빼돌리기도 했다.

STX는 해군에서 2008년 11,12월 차기 호위함 디젤엔진 2기 및 유도탄 고속함용 디젤엔진 18기(총 835억여원 상당)를 수주한 데 이어 2011년 11월부터 이듬해 9월까지 3,430여억원 상당의 호위함 건조계약을 따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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