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6개월 만에 5% 인상 타결
南 당국 협의 명분… 北은 실리 챙겨
노동규정 개정 사안은 숙제로
北 정경분리 따라 경색 해소 한계
남북이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들의 최저임금을 5% 올려주기로 합의했다. 근본 쟁점은 추후 논의키로 했지만, 일단 북한의 일방적 인상 통보로 불거진 임금 문제는 6개월 만에 일단락 됐다. 남측은 당국간 합의 원칙을 고수했다는 점에서 명분을, 북측은 실질적 임금 인상을 끌어냈다는 점에서 실리를 챙겼다는 평가다.
南 유연한 뚝심 발휘, 北 실질 임금 인상으로 절충
18일 통일부에 따르면 남측 관리위원회와 북측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총국)은 전날 개성공단에서 만나 올해 북측 근로자들의 기본급을 기존 70.35 달러에서 5% 오른 73.87달러로 인상키로 했다. 지난 2월 북한은 최저임금 결정은 주권사항이라며, 남북이 당초 합의한 상한선(5% 인상)을 넘어선 5.18% 임금 인상을 고집해왔지만, 일단 한발 물러선 셈이다.
양측은 나머지 0.18% 인상 포인트에 대해선 당국간 협의 채널인 남북 공동위원회를 열어 추후 논의를 거치기로 했다. 우리 정부로선 5%를 넘어선 인상은 노동규정 개정 사항으로 남북 당국간 협의를 거쳐 결정해야 한다는 원칙을 뚝심 있게 밀어붙여 관철시켰다고 볼 수 있다.
대신 남측은 북측 당국에 원천징수되는 사회보험료 산정 기준과 관련, 기본 월급에 추가로 가급금(추가수당)을 포함시키기로 변경해 북측의 손을 들어줬다. 가급금은 노동시간 이외에도 직종ㆍ직제ㆍ연한(근속)에 따라 새로 책정할 방침인데, 포괄적인 가이드라인에 대해서는 추후 마련키로 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 측은 이번 최저임금 5% 인상과, 사회보험료 산정 기준 변경에 따라 기업별로 부담하는 임금 비용이 8~10% 정도 상승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번 합의에서 북측은 우리 기업이 요구하는 수요에 맞게 안정적으로 노동력을 공급하는 데 노력하겠다고도 했다. 이와 관련해 우리 측 역시 추후 기숙사 건설 문제 등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합의의 물꼬는 지난 달 열린 남북 공동위에서 마련됐다. 우리 정부는 공동위에서 북측이 줄곧 요구해온 사회보험료 산정 기준 변경에 대해 국제적으로도 노임 총액 기준으로 적용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수용 가능성을 내비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면한 임금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유연성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 입장에서는 공동위 테이블에서 3통 문제가 연계돼 곤란하니까 그 틀은 피하되, 실리를 놓칠 수 없으니 뒤늦게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금 협상 제2라운드 예고, 남북관계 영향 제한적
그러나 양측이 근본적 문제인 노동규정 개정 사안을 건드리지 못했다는 점에서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에 남북은 공동위를 조속히 개최해 최저임금 추가 인상 문제 및 개성공단 관련 통행 통신 통관 등 이른바 3통 문제 등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제는 0.18% 프레임을 넘어, 노동생산성을 어떻게 뒷받침하느냐에 대한 논의도 병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가 북한 지뢰 도발로 냉랭해진 경색 국면에 전격 타결됐지만, 남북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내다봤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은 자신들의 실익이 걸려 있기 때문에 협상에 나선 것으로 향후에도 정경 분리 원칙에 따라 선별 대응할 가능성이 커 이번 합의로 경색국면을 해소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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