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시간이 지나면 메시지가 사라지는 모바일 메신저 ‘스냅챗’을 운영하는 스냅이 2일(현지시간) 미국 증시에 입성했다. 스냅의 상장 첫날 기업가치는 무려 340억달러(약 39조원)로, 2014년 9월 상장한 중국 알리바바 이후 최대 규모이다. ‘상장 대박’에 힘입어 20대인 두 명의 공동창업자는 보유한 주식 가치만 6조원을 넘어서며 단숨에 억만장자가 됐다.
스냅은 이날 공모가(17달러)보다 무려 44% 높은 24.48달러에 첫 거래를 마쳤다. 종가를 기준으로 매긴 스냅의 기업가치는 340억달러로 2013년 11월 상장한 트위터(110억달러)의 2배를 웃돌았다. 상장 전까지 스냅챗의 이용자 지속 증가 여부, 수익 창출 방안 등에 대해 우려가 나오기도 했지만 이를 비웃는 듯 화려한 신고식을 치렀다. 역대 미국 증시에 상장한 정보기술(IT) 기업 가운데 2012년 2월 상장한 페이스북(당시 기업가치 1,050억달러), 2014년 9월 상장한 알리바바(1,680억달러) 이후 세 번째로 큰 규모다.
스냅은 2011년 미 스탠포드 대학생이던 에번 스피걸(27) 현 최고경영자(CEO)와 보비 머피(29) 최고기술책임자(CTO)가 공동 창업했다. 이 회사 대표 서비스인 스냅챗은 지난해 4분기 기준 전 세계 실사용자가 일 평균 1억5,800만명에 이른다. 상대방이 메시지를 읽으면 글이나 사진 등이 몇 초 뒤에 자동으로 사라지는 것이 특징이다. 사진에 이모티콘을 붙이거나 낙서를 해 전송하는 등의 기능으로 미국 10, 20대에게 인기가 높다. 2013년 스냅챗의 가능성을 높이 산 페이스북이 30억달러에 인수를 제안했지만 단칼에 거절한 것으로 유명하다. 2014년에는 구글도 40억달러에 스냅챗을 사겠다고 했으나 이 역시 거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거대 IT 기업들의 인수 제안을 잇따라 거절한 것은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였다. 스냅 주식을 약 20%씩 쥐고 있는 스피걸 CEO와 머피 CTO는 이날 마감 가격을 기준으로 최소 6조원대 자산가로 등극하게 됐다. 이들 외에 티머시 센 수석 부사장의 보유 주식 가치도 약 1,270억원에 이르는 등 하룻밤 사이 LA에서 최소 수십 명의 억만장자가 탄생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하지만 이 돈 잔치에서 불운하게 비켜있는 사람도 있다. 스냅챗의 핵심인 순간 사라짐 기능을 고안한 레기 브라운이다. 브라운은 스피걸 CEO, 머피 CTO와 함께 스냅을 설립했지만 두 사람과의 갈등 끝에 2013년 회사를 떠나며 자신의 지분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그 결과 브라운은 두 창업자에 비하면 훨씬 적은 1억5,750만달러 (1,820억원)를 스냅 측에서 현금으로 지급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