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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노조 만들었더니… 돌아온 건 해고 통보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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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노조 만들었더니… 돌아온 건 해고 통보뿐”

입력
2017.06.1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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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노조도 변해야 한다]

비정규직 노조 조직률 2.8% 불과

부당해고 등 쉬워 탄압 대상으로

양대노총 가입해도 활동은 어려워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일보 자료사진

일본계 기업인 아사히글라스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2015년 5월 경북 구미공단에서 최초로 비정규직 노동조합을 만들었지만, 한 달 만에 ‘문자 통보’를 받고 해고됐다. 차헌호 아사히비정규직지회 지회장은 “10여년간 근무해도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는 것만도 억울한데 하청은 근무규정을 어기면 ‘징벌용 조끼’를 입히는 등 인권 침해적 대우를 받았다”며 “비정규직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고자 노조를 만들었더니 돌아온 건 해고 통보”라고 말했다.

2.8%, 이 미미한 숫자는 국내 비정규직의 노조 조직률이다. 비정규직은 노동자로서 권리 신장이 가장 절실하지만, 역설적으로 노조 가입이 ‘하늘의 별 따기’같이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정규직 중심일 수 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행법은 비정규직도 근로자인 이상 차별없이 노조활동을 하도록 보장하고 있다.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5조는 ‘근로자는 자유로이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있다’고 돼 있으며, 이 법 제81조는 ‘노조 가입, 노조 조직, 노조 업무를 위한 정당한 행위를 이유로 해고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행위’ ‘노조에 가입하지 않거나 탈퇴하는 것을 고용조건으로 하는 행위’등을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비정규직은 상대적으로 해고가 쉽고, 부당해고를 인정받기 위한 법정싸움이 지난하다는 점 때문에 수없이 노조 탄압의 대상이 돼 왔다. 기륭전자 비정규직 파견 근로자들이 2005년 7월 노조 결성을 이유로 해고당한 사건은 국내 비정규직 투쟁의 서막이었다. 최근엔 신촌세브란스병원의 청소노동자들도 노조활동을 이유로 용역업체로부터 해고를 통보 받았다고 주장하며 병원 측과 대립 중이다. 노조 활동 이후 해고된 비정규직에게 복직을 위한 조건으로 노조 활동 포기가 강요되기도 한다. 이재형 민주노총 동양시멘트지부 지부장은 “동양시멘트를 인수한 삼표기업은 자회사로 복귀하라며 기본급을 20% 인상해줄 테니 노조 활동을 포기하라는 조건을 내걸기도 했다”고 말했다.

실질적인 가입 문턱 또한 그들에게 매우 높은 게 현실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의 2014년도 한국노동패널자료 분석 결과, 소속된 사업장 규약상 ‘가입자격이 없어서’ 노조에 가입 못한 비정규직 비율은 55.7%로 정규직(13.5%)에 비해 약 4배 높았다. 정재우 한국노동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양대노총이 있고 복수노조도 설립 가능해 표면적으로는 비정규직에게 노조 활동 기회가 열려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단기계약 고용의 특성상 노조 활동을 지속적으로 할 수 없어 유인율이 낮다”며 “비정규직이 원하는 것은 고용안정인데 정규직은 근로조건 개선을 원하는 등 이해관계가 상충해 정규직 중심의 노조에서 비정규직이 가입 이점을 얻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비정규직의 노동권이 보호 받지 못한데 대해, 19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전직 의원은 “고용노동부가 부당노동행위를 방관했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현행법을 제대로 지키겠다는 의지만 보여도 상당수 해결될 문제”라고 말했다. 일자리위원회 관계자는 “올해 안에 (부당노동행위 등을 감독할) 근로감독관 500명(2016년 기준 1,282명)을 늘리는 것을 시작으로 기초적인 고용질서를 확립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비정규직들이 노조를 만드는데 부담이 크다면, 비정규직의 이해를 대변해 줄 다른 기구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비정규직 대부분이 중소기업ㆍ영세사업장 소속인 걸 고려하면 이들이 노조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며 “(비정규직도 참여할 수 있는) ‘종업원대표제’를 법제화해 다양한 이해관계에 놓인 근로자들이 교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 노동조합 가입률 및 단협적용률을 높이기 위한 법ㆍ제도 개선을 공약하면서, 기존 노조에 포함되지 못하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미조직 노동자 지원조직 ‘한국형 노동회의소’ 설립 ▦사업장 내 근로자 이해대변기구인 ‘종업원 대표제’ 실질화 등을 약속했다.

김지현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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