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권경성 기자

등록 : 2017.07.17 09:00
수정 : 2017.07.17 10:27

정부, 북한에 군사회담ㆍ적십자회담 동시 제안

등록 : 2017.07.17 09:00
수정 : 2017.07.17 10:27

문 대통령 ‘베를린 구상’ 후속조치

일단 일시ㆍ장소만 언론에 발표

군사회담은 21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

적십자회담은 8월 1일 남측 평화의 집

문재인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독일 옛 베를린 시청 베어 홀에서 열린 쾨르버 재단 초청 연설을 통해 한반도 평화 구축 관련 구상을 밝히고 있다. 베를린=연합뉴스

정부가 17일 북한에 상호 적대 행위 중지를 위한 군사회담과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을 동시 제안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 천명에 이은 조치다.

서주석 국방부 차관은 이날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국방부는 군사분계선(MDL)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일체의 적대 행위를 중지하기 위한 남북 군사당국회담을 21일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개최할 것을 북측에 제의한다”고 밝혔다. 서 차관은 이어 “북측은 현재 단절돼 있는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복원해 우리 측 제안에 대한 입장을 회신해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같은 시간 김선향 대한적십자사 회장 직무대행도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에서 “대한적십자사는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 행사 개최 등 인도적 현안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 적십자회담을 8월 1일 판문점 우리 측 지역 ‘평화의 집’에서 가질 것을 제의한다”고 밝혔다. 김 직무대행은 “우리 측에서는 김건중 대한적십자사 사무총장을 수석대표로 해 3명의 대표가 나가게 될 것”이라며 “우리 측 제안에 대한 조선적십자회 측의 입장을 판문점 남북 적십자 연락사무소를 통해 회신해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현재 우리 측에는 많은 고령의 이산가족들이 가족 상봉을 고대하고 있고 북측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이분들이 살아 계신 동안 가족을 만날 수 있게 하는 것은 어떤 정치적 고려보다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날 동시에 이뤄진 회담 제의는 문 대통령이 6일 독일 베를린 쾨르버 재단 연설을 통해 밝힌 한반도 평화 구상인 ‘베를린 구상’의 후속 조처다. 문 대통령은 베를린 구상에서 휴전협정 64주년인 7월 27일을 기해 “군사분계선(MDL)에서의 적대 행위를 상호 중단하자”고 제안했다. 또 10ㆍ4 정상선언 10주년이자 우리 민족의 큰 명절인 추석이 겹치는 10월 4일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 행사와 성묘 방문을 진행할 것도 제안했다.

이날 정부가 제안한 내용은 일단 회담 일시와 장소뿐이다. 장소의 경우 군사회담은 판문점 북측, 적십자회담은 판문점 남측으로 나눠 균형을 맞췄다. 적십자회담은 양측 사무총장급 실무자를 수석 대표로 하자고 했지만 군사회담은 수준을 정하지 않았다. 회담이 성사될 경우 군사회담은 2014년 10월 류제승 당시 국방부 국방정책실장과 김영철 북한 국방위원회 서기실 책임참사 겸 정찰총국장이 양측 수석 대표로 참석한 회담이, 적십자회담은 2015년 9월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접촉이 각각 마지막이었다. 적십자회담 수석 대표는 당시 이덕행 대한적십자사 실행위원(통일부 통일정책협력관)과 박용일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 중앙위원이었다. 2015년 8월 북한의 목함 지뢰 도발 직후 열린 김관진 당시 청와대 안보실장과 황병서 북한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 간 회담은 남북 고위급회담으로 불렀다.

회담 의제는 북한측의 답변을 통해 구체화할 전망이다. 군사회담의 경우 우리 정부는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이나 대북 전단 살포 중지 등을 북한이 요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한미연합 군사훈련 중단 요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우리는 무인기 침투 중단 등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적십자회담의 경우 이산가족 상봉과 더불어 문 대통령이 제안한 성묘 방문도 의제에 포함될 공산이 크다. 그 동안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주로 남북 일반 주민의 접근이 어려운 북한 금강산 지역이나 보안ㆍ경호에 편리한 서울 광진구 광장동 워커힐호텔 등에서 열렸다. 행사 소식은 언론 보도를 통해 접할 수 있지만 우리 국민이 직접 북한 주민을, 북한 주민이 우리 국민을 접할 기회는 사실상 차단됐다. 베를린 구상에서 문 대통령은 “만약 북한이 당장 준비가 어렵다면 우리 측만이라도 북한 이산가족의 고향 방문이나 성묘를 허용하고 개방하겠다”며 우리 지역에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열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정부의 이날 제안은 15일 북한이 내놓은 베를린 구상에 대한 첫 반응 등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개인 필명 논평을 통해 “제2의 6ㆍ15 시대로 가는 노정에서 북과 남이 함께 떼여야 할 첫 발자국은 당연히 북남 관계의 근본문제인 정치군사적 대결 상태를 해소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북남 사이의 체육 문화 교류나 인도주의적 협력사업들을 부정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국방부와 대한적십자사는 공통적으로 “북측의 긍정적인 호응을 기대한다”고 했다. 군사회담 제의는 북한이 뿌리치지 않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게 당국과 전문가들 관측이다. 지난해 5월에는 거꾸로 북한이 서해 군 통신선을 통해 남측에 군사회담을 먼저 제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적십자회담의 경우도 종전보다는 북한이 전향적으로 나올 것으로 점쳐지지만, 여전히 지난해 귀순한 탈북 여종업원 12명 송환 문제를 언급하는 점을 감안할 때 난항도 예상된다.

이날 회담 제안은 언론 발표 형식으로 진행됐다. 통상 남북 회담 제안은 판문점 채널 등을 통해 전화통지문을 주고받는 형식으로 이뤄져 왔지만 모든 통신선이 사실상 끊긴 상황이어서다. 현재 남북간 군 통신선은 동해의 경우 물리적으로 단절됐고, 서해와 판문점은 살아 있지만 북측이 안 받는 상태다. 국방부는 공개 발표 뒤 북측이 받든 안받든 일단 전통문을 보낼 것으로 전해졌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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