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野 이미 합의된 사항”
박지원 “金 뭐라하든 인정 못해”
친노선 “盧정신 거론 불쾌” 반응로
金 ‘장관 제청권’ 행사에 자격 논란
야3당은 3일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가 기자회견에서 헌법에 규정된 총리의 모든 권한을 행사하는 ‘책임 총리’ 구상을 밝혔음에도 ‘인준 거부’ 입장을 재확인했다. 김 후보자에 대한 호불호 문제가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이 야당과 소통 없이 개각을 통해 ‘최순실 게이트’ 국면을 돌파하려는 시도를 고집하는 등 상황 인식의 변화가 없다고 판단해서다. 개각 철회를 요구하면서 인사청문회 보이콧을 유지하는 야 3당의 공조가 공고해지면서 김 후보자가 국회 인준 절차를 밟을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하다.
야3당은 박 대통령이 총리 인선 과정에서 야당과 협의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미 야3당 원내대표가 김 후보자의 인물 됨됨이나 자격, 주장과 무관하게 인준 자체를 거부하기로 합의했다”며 “김 후보자가 뭐라고 말하든 야3당 합의사항을 무효화할 수 없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박 대통령이 야당과 협의도 없이 총리를 지명한 것에 대해 비토권을 행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김 후보자가 뭐라고 말했든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야3당은 김 후보자의 정견 발표를 ‘국면전환용 쇼’라고 규정하고 총리직 수락 자진 철회를 촉구했다. 인선 절차부터 잘못돼 정치적 권위가 없는 김 후보자의 정견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릴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민주당 친노진영과 정의당에선 김 후보자가 기자회견 도중에 “노무현 정신은 이쪽저쪽 편가르는 게 아니라 국가를 걱정하는 것”이라고 ‘노무현 정신’을 거론한 것에는 불쾌하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이처럼 김 후보자에 대한 인준 거부에 대한 야3당의 공조가 유지되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4일 대국민담화에서 어떤 입장을 밝힐지 주목된다. 만약 박 대통령이 야당 대표들과의 영수회담을 제안하거나 검찰 수사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힐 경우엔 야권의 셈법이 다소 복잡해질 수 있다. 여기에다 야3당이 요구하는 김 후보자에 대한 지명 철회가 이뤄질 경우 청와대의 국정 수습 움직임에 대해 반대만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야3당의 향후 전략이 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후보자가 제청권을 행사했다고 밝힌 임종룡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와 박승주 국민안전처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도 자격 논란이 일었다. 전날 야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도 김 후보자가 경제부총리와 안전처 장관후보자에 대해 인사 제청권을 행사한 것을 두고 위법이란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국회 인준을 받지 않은 후보자가 제청권을 행사한 인사가 문제가 된 것이다.
이와 관련, 김현웅 법무부장관은 국회 예산결산특위 전체회의에서 “황교안 총리는 두 장관 내정과 본인의 인사까지 몰랐기 때문에 박 대통령에 두 장관 내정에 대한 제청을 했을 리가 만무하지 않느냐”는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의 질문에 “법률과 규정의 정확한 절차에 어긋나는 점은 있어 보인다”고 답했다. 그러나 정진철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은 “새로운 힘을 이루는 분들에게 추천 받는 것은 제가 볼 때 정당한 절차”라고 상반된 답변을 내놓았다. 이석준 국무조정실장은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황 총리가 법률행위로서 제청했다”고 답하는 등 정부 관계자끼리도 답변이 일치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정 수석은 전날 황 총리가 후임 총리 내정을 모른 채 문자로 통보 받았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9시30분 인선 발표인데, 9시쯤 총리 비서실장에게 전화로 연락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이에 총리실 관계자는 “황 총리는 개각 등과 관련해 대통령과 계속 의견을 교환해 왔다”고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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