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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장 낀 남녀ㆍ카드놀이 하는 주민… 남한 예술단이 본 ‘평양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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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장 낀 남녀ㆍ카드놀이 하는 주민… 남한 예술단이 본 ‘평양의 봄’

입력
2018.04.02 18:0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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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후회’ 부른 가수 최진희

“왜 불러야 하는지 이해 못했지만

김정은이 ‘고맙습니다’ 말해 알아”

2일 오후 평양 창전거리에서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2일 오후 평양 창전거리에서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2일 오후 평양 평양대극장에서 남북평화협력기원 남측 태권도시범단이 격파시범을 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2일 오후 평양 평양대극장에서 남북평화협력기원 남측 태권도시범단이 격파시범을 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팔짱을 낀 청춘 남녀, 공원에서 공놀이를 하고 있는 주민들, 가방을 메고 유치원으로 향하는 아이들까지.’

하루 전 평양 공연을 마친 남측 예술단과 취재진에게 2일 공개된 평양시 시민들은 남녘과 다를 바 없이 봄기운을 만끽하고 있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시대 들어 조성된 평양 만수대지구 창전거리엔 서울과 다를 바 없이 노란색 개나리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때때로 보이는 ‘원수님 따라 하늘 땅끝까지’ 같은 선전 문구 때문에 이곳이 북녘 땅임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1일 동평양대극장에서 공연을 마친 남측 예술단과 취재진은 이날 점심식사 장소로 이동을 위해 올라탄 버스에서 평양 시민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었다. 무릎 정도에 닿는 스커트를 입은 여성들과 김일성ㆍ김정일 배지를 단 작업복을 입은 인부들이 바쁘게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다. 평양 시민들이 휴대전화를 꺼내 들여다 보는 모습도 자주 목격됐다. 남측 인원을 태운 버스가 도로를 다닐 때마다 주민들은 반갑게 손을 흔들어 주기도 했다.

숙소인 고려호텔 창 밖으로 북한 소학교 입학식도 엿볼 수 있었다. 북한은 4월에 새 학기가 시작되는데, 1일이 일요일이어서 2일 오전 9시(평양시간)에 입학식이 열렸다. 입학식은 ‘김일성 장군의 노래’, ‘김정일 장군의 노래’ 등으로 시작해 교장의 훈시 뒤 김정은 찬양곡으로 알려진 노래 ‘발걸음’을 학생들이 제창하는 순서로 약 30분 정도 진행됐다.

점심 식사를 위해 평양냉면 전문점인 옥류관에 도착한 취재진에게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 다녀가신 방’,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다녀가신 방’이라고 적힌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옥류관의 여성 안내원은 “하루에 1만 명이 찾아온다. (냉면)1만 그릇이 나간다”며 “한번에 2,000명 수용이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이날 식사 자리에선 전날 무대에 올랐던 가수 최진희씨가 자신의 노래도 아닌 ‘뒤늦은 후회’(현이와 덕이 곡)를 불렀던 이유가 뒤늦게 소개되기도 했다. 최씨는 “준비하는 측에서 ‘뒤늦은 후회’를 부르라고 했다”면서 “나는 그 노래가 뭔지도 모르고 왜 내 노래도 아닌 걸 불러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싫었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어제 (공연을 마치고) 김정은 위원장께서 내려오셔서 ‘그 노래를 불러줘서 고맙습니다’라고 말해서, 아, 왜 나더러 그 노래를 부르라고 했는지 알겠더라”라고 설명했다. ‘뒤늦은 후회’는 최씨 노래인 ‘사랑의 미로’와 더불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애창곡이라고 한다.

남과 북이 뿌리가 같다는 건 태권도시범단 합동공연에서도 확인됐다. 남ㆍ북 시범단은 2일 평양대극장에서 각기 공연을 선보인 뒤 5분가량 합동공연을 펼쳤다. 남측 태권도가 화려하고 부드럽다면 북측 태권도는 좀더 격렬하고 사실적이었다. 그러나 절도 있는 기본 동장은 남과 북이 다르지 않았다는 평가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평양공연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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