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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드레스 코드’와 ‘표준 옷차림’

입력
2017.12.14 13:57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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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주최 측으로부터 정장을 착용하라든지, 넥타이를 매고 오라든지, 하얀 와이셔츠를 입으라든지 하는 등의 요구를 받을 때가 있다. 이처럼 모임에서 요구하는 옷차림을 요즘은 ‘드레스 코드(dress code)’라 한다. 외국어가 자주 쓰이니 순화어가 필요했을 터. ‘우리말샘’에는 ‘표준 옷차림’이 순화어로 올라 있다. 그런데 이는 사전에서만 사는 말. 실생활에서 이 말을 접하기는 쉽지 않다.

무엇이 문제일까? 문제는 ‘표준 옷차림’의 ‘표준’에 있다. 물론 규정된 옷차림을 뜻하는 말이니 ‘표준 옷차림’이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표준 옷차림’이란 말을 듣는 순간 사람들은 의무적인 복장 규정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이 말이 회사나 학교의 복장 규정을 가리킬 때나 어울린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우리말 순화어를 쓰면 낱말의 의미를 쉽게 유추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낱말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어렵게 만든 말이 활용되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런 점을 고려하면 ‘드레스 코드’를 그대로 쓰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낯선 낱말에는 최소한 선입견은 갖진 않을 테니까.

“동아리 행사 때 드레스 코드 있어요. 청바지에 하얀 운동화랍니다.” “이번 공연에서는 ‘레드’를 드레스 코드로 정했습니다.” “오늘 문대통령․기업인 ‘치맥 간담회’…‘드레스 코드는 노타이 정장’”

그래서일까. 정확성까지는 장담할 순 없어도 ‘드레스 코드’는 다양한 상황에 두루 쓰인다. 그러나 일반인이 의미를 유추하기 어려운 생소한 말을 그대로 두고 보자는 것을 바람직하다 할 순 없는 일. 그것이 꺼림칙하면 실생활에서 쓰일 만한 말로 ‘드레스 코드’와의 경쟁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 소통 가능성이 희박한 순화어를 양산하는 것도 언어 오염이다.

최경봉 원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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