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범지대 같던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에 벽화를 새겨 전국적인 명소를 만들고, 끼를 주체하지 못해 거리공연을 펼쳐온 예인들을 위한 버스킹 페스타를 열고,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던 시골 할머니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것도 모자라 시집까지 내게 한 사람. 출범 10주년을 맞은 대구지역 문화예술기획단체 '인디053'과 대표 이창원(37)씨의 이야기다. 인디053은 독립적인 의미의 인디와 일반전화 지역번호인 053을 합친 것이다.
이씨는 "문화를 통해 지역을 연결하고 그 동력으로 좋은 사회를 만들자는 생각으로 그 동안 해보지 않았던 ‘문화기획’에 도전하게 됐다”며 "아트클럽 삼덕 갤러리에서 24일까지 기획전을 열어 인디053의 지난 10년을 한눈에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ㆍ경북지역 밑바닥 문화에 인디053의 체취가 묻어있지 않은 곳이 드물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펼쳐왔다. 버스킹 페스타, 이스트아시아록페스티벌 등 음악축제사업, 청년학교 in 대구 등 예술교육 사업, 칠곡 인문학 마을 만들기 등 마을 문화 사업도 인디 053의 작품이다. 특히 2015년 한글도 모르던 할머니들이 쓴 시를 엮은 ‘시가 뭐고’는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2009년 방천시장 살리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시작한 ‘문전성시 프로젝트’는 김광석길을 전국적인 관광명소로 만든 단초가 됐다. 지역 문화예술인들과 함께 350m의 회색빛 콘크리트 옹벽에 벽화 40여점을 그려 넣었다. “서울의 홍대처럼 지역만의 개성 있는 문화를 꽃피워보자는 생각에 동갑내기 친구 4명이 의기투합한 것이 10년"이라며 "아이디어가 현실화하는 것을 보면서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의 손길을 거친 김광석길 벽화가 사라질 위기에서 건져낸 것도 그의 역할이 컸다. 지난 9월 중구청이 철거하겠다고 하자 이씨 등은 "문화의 가치와 철학을 지킬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며 존속시켜야 한다는 뜻을 관철시켰다.
이씨는 "지방이 활동에 제약을 주지 않느냐는 시선도 있지만 지금은 전국 어디든 자유롭게 오가며 활동할 수 있는 시대로, 대구만의 특색을 잘 살린 상품과 문화콘텐츠를 개발해 인디053의 이름값을 제대로 하겠다"고 피력했다. 또 "아직은 일반인들에게 낯설게 느껴지는 문화기획자이지만, 직원들의 복지를 챙기고 사회적 책임도 다하는 '괜찮은' 직장으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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