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代 이은 소방관의 꿈, 채 피지도 못하고…

입력
2016.10.06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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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당 124mm 물 폭탄을 뚫고

현장 출동했다가 급류에 휩쓸려

평생 봉직한 아버지의 뜻 본받아

소방사로 투신해 안타까움 더해

고 강기봉 소방사
고 강기봉 소방사

“불어난 강물에 주민 6명이 고립됐다.”

5일 정오께 울산 울주군 웅촌면 대복리 오복길 주택옥상에서 주민들이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는 신고를 받은 온산119안전센터 구급대원 강기봉(29) 소방사는 선임 2명과 구급차를 타고 현장으로 급히 출동했다.

당시 울산에는 곳에 따라 시간당 124mm에 달하는 가공할 물 폭탄이 퍼부어 이미 무릎까지 강물이 차 올랐지만 ‘주민을 구출해야 한다’는 강 소방사 일행을 막지는 못했다. 이들은 차에서 내려 현장에 접근했으나 주민들은 이미 대피한 뒤여서 차로 돌아가려 했다. 그러나 불과 2~3분만에 갑자기 불어난 강물은 벌떡 일어나 달려들듯 강 소방사 일행을 덮쳤다. 강 소방사와 남모(47)센터장은 전봇대를, 다른 1명은 도로변에 있던 농기계를 붙들고 버텼으나 전봇대에 매달렸던 강 소방사 등은 끝내 급류에 휩쓸리고 말았다. 남 센터장은 2㎞나 물에 떠내려가다 가까스로 탈출했으나, 강 소방사는 실종됐다.

울산시소방본부는 강 소방사가 실종된 직후부터 소방공무원과 의용소방대원, 경찰, 해경 등 500여명과 헬기까지 동원해 수색작업을 벌였으나 물살이 거센데다 짙은 황톳물로 시야확보가 전혀 안돼 어려움을 겪었다.

동료들의 애타는 수색에도 불구, 강 소방사는 6일 오전 11시 10분께 실종지점에서 3㎞ 떨어진 울주군 온양읍 덕망교 부근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실종 11시간만이었다.

숨진 강 소방사는 소방관으로서 평생을 봉직한 아버지의 뜻을 본받아 대를 이어 소방공무원으로 투신해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강 소방사의 아버지 강상주(63)씨는 1983년부터 31년간 제주에서 소방관으로 활동하다 2014년 6월 정년퇴직했다. 아버지 강씨는 ‘제주형 현장출동체계’ 개발 등 소방활동에 헌신한 공로로 녹조근정훈장을 받았다.

제주 오현고와 제주한라대 간호학과를 졸업한 강 소방사는 평소 존경해온 아버지의 뒤를 이어 지난 해 4월 구급대원으로 임용됐다. 주위에서는 이들을 부자소방관으로 부를 정도로 부러움과 존경의 대상이 됐다.

비보를 접하고 강 소방사의 고향인 제주에서 울산으로 달려온 가족과 친구들도 시신이 발견되자 오열했다. 특히 5일 오후부터 수색작업을 지켜본 고 강 소방사의 아버지는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키려 해 주위를 더욱 숙연하게 했다.

온산소방서 동료들은 “고 강 소방사는 평소 사명감이 투철했으며 맡은 바 업무에 최선을 다하는 촉망 받던 소방공무원이었다”며 안타까워했다.

고 강 소방사의 빈소는 울산영락원에 마련됐으며, 장례식은 오는 8일 울산광역시청장으로 소방사에서 소방교로 1계급 승진과 옥조근정훈장이 추서돼 치러질 예정이다. 대전 현충원 국립묘지에 안장되며 국가보훈처는 국가유공자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6일 오후 울산 온산소방서 소속 고 강기봉 소방사의 빈소가 울산영락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가운데 동료 소방대원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울산=뉴시스
6일 오후 울산 온산소방서 소속 고 강기봉 소방사의 빈소가 울산영락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가운데 동료 소방대원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울산=뉴시스

울산에서는 이날 오전 4시17분께 울산 중구의 한 주상복합 지하주차장에서 김모(52·여)씨가 숨진 채 발견돼 이번 태풍으로 인한 울산지역 사망자는 3명으로 늘었다.

이 건물에서 가게를 운영하던 김씨는 전날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차량을 이동시키고 오겠다”며 나간 뒤 소식이 끊긴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날 오전 6시30분쯤 경북 경주시 양북면 봉길해수욕장 백사장에서 전날 태풍에 실종된 김모(82ㆍ양북면 호암리)씨가 숨져 있는 것을 마을 주민이 발견했다. 김씨는 전날 오후 2시쯤 떡을 만들어 먹기 위해 오토바이에 쌀을 싣고 집을 나선 뒤 실종됐다.

울산=김창배기자 kimcb@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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