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이 부처간 엇박자로 혼선을 빚고 있다(23일자 본보 1면). 대통령이 “특단의 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하고 감사원이 환경부의 부실한 미세먼지 대책을 지적한 이후 각 부처에서 중구난방으로 이런저런 대책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주요 오염원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정교한 대책과는 거리가 멀다.
미세먼지 발생에는 국내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에서 편서풍을 타고 한반도로 넘어오는 미세먼지는 전체의 30~50%로 추산된다. 중국 발 요인과 함께 국내 경유차량과 석탄화력발전소, 중소 생산설비 등이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꼽힌다. 그런데도 정부는 최근까지 경유차와 석탄발전소를 늘리는 정책을 이어왔다. 국내 경유차 판매 비중은 최근 5년간 각종 우대정책에 힘입어 10%에서 44.7%로 급증했다. 화력발전 비중도 계속 커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제7차 전력수급계획에서 화력발전소 34기를 더 늘리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정부가 뒤늦게 내놓은 미세먼지 대책을 두고 실효성 의심이 끊이지 않는 게 이 때문이다.
정부는 우선 정책 초점을 경유차 억제에 맞추었지만, 그마저도 부처마다 입장이 다르다. 환경부는 경유에 붙는 세금(교통ㆍ에너지ㆍ환경세)을 올려 경유차 운행을 줄이겠다는 자세지만, 기획재정부는 에너지 요금 체계를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태도다. 또 경유 가격 인상으로 경유차 운행이 일부 줄어들지는 몰라도 서민경제 압박 등의 부작용이 불을 보듯 뻔하다. 경유값 인상이 아니더라도 출고 단계부터 배기가스 기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하고, 노후 경유차의 운행을 실질적으로 억제하는 등의 다양한 대책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근본적 문제는 경유차 억제만으로는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석탄발전 비중을 낮추는 등 에너지 정책과 연계하지 않고서는 의미가 희석된다. 영국은 2025년까지 석탄발전소를 모두 폐쇄하기로 했다. 또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30%를 넘는 북유럽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1~2%대 수준은 너무 낮다.
따라서 세금 인상으로 경유차 운행을 줄이려는 쉬운 방법에 머물 게 아니라 전기차의 대중화를 앞당기고, 신재생에너지 공급을 확대하는 등 에너지 정책의 근간까지 손댈 수 있어야 한다. 당장 부처 간 칸막이부터 치우고, 원점에서 종합적이고 정교한 미세먼지 대책을 다듬길 정부에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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