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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가습기 살균제 특위’ 정부 반대의견 토씨까지 베낀 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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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가습기 살균제 특위’ 정부 반대의견 토씨까지 베낀 與

입력
2016.10.0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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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요구 32건 중 30건 인용

국조특위, 결과보고서 채택 무산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6일 오전 국회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모임을 면담 후 참석자들을 배웅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6일 오전 국회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모임을 면담 후 참석자들을 배웅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원인을 밝히고 피해구제를 위해 시작한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최종 결과 보고서 채택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한 채 4일 활동(90일)을 종료했다. 특위의 어정쩡한 마무리에 비판이 거센 가운데, 새누리당이 최종 결과보고서 채택을 무산시킨 과정에서 정부입장을 글꼴까지 베껴 반대 논리를 개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본보가 6일 가습기 살균제 국조특위 결과보고서 초안과 이에 대한 정부의견, 특위위원 의견 등을 분석한 결과, 새누리당 간사인 김상훈 의원은 시정요구 사항 32건 중 30건에 대해 정부 부처의 의견을 그대로 인용해 보고서 채택을 반대했다. 보고서 채택 때 정부의견은 참고사항에 불과하지만, 여당 간사가 핵심 내용에 반대하면 채택이 어려워진다.

김 의원은 먼저 보고서 초안 404쪽 ‘국민의 신체와 건강보호라는 국가의 헌법적 의무를 다하지 못하였으므로 이에 대해 정부차원에서 사과할 것’이라는 문장의 삭제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는 국무조정실의 수정 의견과 동일한 내용이다. 김 의원이 반대 의견서에 적은 ‘가습기살균제 피해 발생에 대해 도의적 책임을 인정하고 있음’이란 문구는 국무조정실 의견서와 토씨 하나 다르지 않았다. 김 의원은 또 초안 349쪽의 ‘이는 물질안전보건 자료 작성 시 제조사가 제출한 조사보고서에만 의지한 것일 뿐 자체적인 검증 절차가 부실한 것에 기인함’이라는 내용을 삭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문구도 고용노동부의 의견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심지어 김 의원은 고용노동부가 “우리 부는 ㈜유공이 제출한 PHMG 조사보고서를 토대로 해외 각국의 권위 있는 화학물질 독성정보 DB 등을 검토한 결과 흡입 독성을 규명할 수 없었으며’라고 기술한 것을 그대로 옮기는 바람에 의견서에 ‘우리 부’까지 적어 넣었다. 이처럼 김 의원의 의견서 32건 중 30건이 정부의 수정요구 사항과 내용이 같았다.

입법 과정에서 여당이 정부와 협조하는 것은 관행이나, 특위 위원이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정부 입장을 고스란히 전달한 행태는 잘못이란 비판이 나온다. 김 의원 측은 “초안 내용의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해당 부처에 의견을 구했고 그 결과를 요구사항에 반영, 비슷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야당은 물론 여당의원들까지 정부의 공식사과를 요구해 왔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8월 특위 기관보고에서 “기업이 불량제품을 내놔선 안 되듯 국가도 위험을 관리 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한번도 ‘내 잘못’이라고 말하는 부처를 보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같은 당 김성원 의원은 “정부의 과오를 인정하고 희생자와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인 김미란(41)씨는 “새누리당 의원들은 특위 첫 회의도 안 나오고, 청문회 때도 안 나오고, 전체회의 때도 안 나와 그걸 보는 가족들은 피가 마르고 살이 타 들어 갔다”며 “문제가 해결 될 때까지 (특위를) 계속 해주시는 게 맞다. 그게 국회의원들이 할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특위 연장을 위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선언했다. 야당은 특위를 한달 연장해 피해구제와 대책마련 등의 과제를 끝내야 한다는 주장이지만, 여당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환경노동위원회에 소위를 구성하는 방안을 거론하고 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피해 유가족들과 면담을 가진 후 “가습기 특위가 끝나면 다 종료되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며 “환노위로 옮겨 다루겠다”고 말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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