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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에 막히고 땅콩회항 눈총… '문화'로 기수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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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에 막히고 땅콩회항 눈총… '문화'로 기수 돌렸다

입력
2015.08.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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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보건법 개정 현실의 벽에

조현아 사건으로 여론마저 등돌려

열린공간·모둠공간·문화공간 등

세계적 명소 'K-익스피어리언스'

지하 2층·지상 5층 건립 구상

대한항공이 경복궁 옆 송현동 부지에 7성급 한옥호텔을 지으려던 계획을 6년 만에 접은 것은 학교보건법이라는 현실의 벽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행정소송과 헌법소원까지 불사하며 의욕을 보였지만 지난해 말 ‘땅콩회항’ 등 악재까지 겹치며 결국 호텔을 제외한 문화 체험공간으로 선회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2008년 6월 2,900억원을 들여 삼성생명 등이 소유한 송현동 부지 3만6,642㎡(약 1만1,000평)를 매입했다. 옛 주한미국대사관 직원숙소가 있었던 이 부지는 경복궁과 북촌한옥마을, 인사동, 광화문 등의 중간 지점으로, 서울 시내에서 찾기 힘든 ‘노른자 땅’이다.

대한항공은 2009년 9월 4층 규모의 한옥호텔과 한옥게스트하우스, 전통공원, 갤러리, 전시ㆍ공연장, 국제회의장 등으로 이뤄진 복합문화단지 추진계획을 세우고 송현동 부지 개발에 시동을 걸었다. 한진그룹 계열사인 KAL호텔네트워크가 제주칼호텔과 서귀포칼호텔, 미국 하와이 와이키키리조트호텔, 인천공항 옆 그랜드하얏트인천을 운영 중이라 노하우가 충분했고, 서울 중심부에 새로운 호텔을 확보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이란 기대가 컸다.

18일 오후 서울 경복궁 옆 미국대사관 숙소 부지의 전경. 정부는 이날 대한항공 소유인 이 부지에 한국의 전통문화 체험이 가능한 복합문화허브 공간인 ‘케이-익스피어런스(K-Experience)’가 들어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18일 오후 서울 경복궁 옆 미국대사관 숙소 부지의 전경. 정부는 이날 대한항공 소유인 이 부지에 한국의 전통문화 체험이 가능한 복합문화허브 공간인 ‘케이-익스피어런스(K-Experience)’가 들어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하지만 학교 경계부터 200m인 ‘학교환경위생 정화구역’에 호텔 건립을 금지한 학교보건법에 발목이 잡혔다. 부지 바로 옆에 덕성여중ㆍ고와 풍문여고가 있어 호텔 신축이 어려워지자 대한항공은 서울 중부교육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1ㆍ2심에서 패소했고, 2012년 대법원에서 패소가 확정되며 송현동 부지는 아직까지 빈터로 남아 있다.

박근혜정부 들어 유흥시설 없는 호텔은 학교 옆에 건립이 가능하도록 관광진흥법 개정이 추진되며 희망이 살아났지만 대기업 특혜 논란이 불거지며 야당이 강력히 반대했고, KAL호텔네트워크 대표로 송현동 부지 개발을 주도했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지난해 12월 미국 뉴욕 JFK공항에서 물의를 일으킨 것도 여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런 배경 때문에 대한항공이 밝힌 문화융합센터 ‘K-익스피어리언스(K-Experience)’는 정부의 문화융성 정책에 호응하면서, 악화된 여론을 되돌리기 위한 현실적인 선택으로 해석된다.

미국의 LA라이브, 중국 상하이의 신천지, 일본 도쿄의 롯폰기 힐스 같은 세계적인 명소를 지향하는 K-익스피어런스는 지하 2층에 지상 5층 규모로 추진된다.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열린공간’,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는 ‘모둠공간’, 지역적 특색을 상징화한 ‘전통공간’으로 구성되고, 내부에는 카페와 레스토랑 등 상업시설을 비롯해 갤러리 공연장 등 문화공간도 설치된다. 대한항공은 기와지붕 등 고유의 건축미에 첨단 기술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2017년까지 1차 공정을 끝내고, 세부 콘텐츠는 CJ와 손잡고 구축할 계획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전에도 복합문화공간을 계획했지만 호텔 건립만 집중적으로 부각돼 안타까웠다”며 “송현동 부지를 개발해 서울 관광의 랜드마크이자 시민이 함께 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다만 호텔 포기에 대해서는 “현재는 불가능해 계획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미래에는 상황이 바뀔 수도 있는 것”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김창훈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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