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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저 인구 급증하는데… 뒤만 쫓는 안전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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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저 인구 급증하는데… 뒤만 쫓는 안전규제

입력
2015.03.2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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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어 로프 이용 하강기구 등 육상레저에는 안전·운영 법령 없어

캠핑시설 '캐러밴'도 소방법 미적용… 정부 내달까지 긴급 안전점검 '뒷북'

직장인 김모(45)씨는 이번 주말 가족과 캠핑카 형태의 캐러밴에서 하룻밤 지내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22일 일어난 강화도 캠핑장 화재 사건에 놀라 캐러밴 업체에 전화를 걸어 캐물었더니 역시나 미등록 시설물이란 답을 들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이제 어딜 믿고 놀러 가야 할지 모르겠다”며 혀를 찼다.

글램핑, 캐러밴, 하강기구 등 새로운 여가를 즐기는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데 여가문화에 대한 적절한 안전규제 등이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연간 여가ㆍ레저스포츠 참여 인구가 4,000만명에 달하고 있지만 관련 법령의 부재 속에 제2의 강화 캠핑장 화재 사고 위험이 상존해 있다는 지적이다.

짚라인
짚라인

지난 2월 인명 사고가 발생한 일명 ‘짚라인’으로 불리는 ‘하강코스’ 기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하강코스는 서로 다른 높이의 지형이나 구조물에 와이어 로프를 설치해 형성된 경사면을 이용해 허공을 활강하는 레저스포츠다. 미국과 유럽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다가 7년 전 국내에 처음 도입돼 지금은 전국 27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월 충북 보은에서 12세 어린이가 이 기구를 이용하던 중 24m아래로 추락해 숨지고 말았다. 사고가 난 업체는 정해진 기준 없이 시설을 자체적으로 시공해 운영했고, 운영요원 역시 전문 업체에 위탁 교육을 시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지만 이를 제지할 수 있는 수단이 없었다. 수상스키 등 수상레저나 패러글라이딩 등 항공레저에는 설치나 운영, 안전 등에 관한 법규가 정해져 있지만 유독 육상레저에는 관련 법령이 없기 때문이다.

부상 위험이 높은 서바이벌게임장의 경우도 특별한 규정이 없어 사고시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한 경우가 부지기수다. 문화체육관광부의 한 관계자는 “육상 레저스포츠에 대한 관련 법령이 없기 때문에 정부로선 업체의 안전문제나 장비문제를 간섭한 근거가 없어 주의 조치 정도만 줄 수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번에 사고가 난 글램핑 시설과 마찬가지로 이용객들이 많이 찾는 캐러밴도 문제로 지적된다. 캐러밴은 내부에서 취사와 숙박이 동시에 가능해 가족 이용객이 즐겨 찾는 캠핑시설이다. 하지만 캐러밴 역시 건축물로 등록되지 않기 때문에 소방법 적용을 받지 않는 등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또 대부분 미등록 업체가 운영을 하고 있어 시설 내부 마감재의 재질과 종류, 소화기 설치 여부 등이 제대로 관리 감독되지 않고 있다.

여가와 레저스포츠 시설들에 대한 통합적인 관리ㆍ감독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지만 관련 제정법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작년 8월 한선교 새누리당 의원이 ‘레저스포츠 시설 및 운영 등 제반 안전관리를 위한 제정안’을 발의했지만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한 의원은 “여가ㆍ레저스포츠 인구가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레저스포츠 시설 설치에 대한 법적 근거가 부재해 안전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추세”라며 “제정안이 통과돼 레저스포츠시설의 설치기준 및 안전검사 기준을 마련해야 하고 제도권 안에서 시설들을 점검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화 캠핑장 화재 사건 이후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선 정부는 4월 말까지 진행하는 ‘국가안전대진단’ 기간에 캠핑장에 대해 화재, 시설 등에 대해 긴급 안전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정부는 전국 캠핑장 중 약 90%가 시ㆍ군ㆍ구에 등록되지 않는 점을 감안해 등록 캠핑장에는 안전처와 문체부가, 미등록 캠핑장은 소방ㆍ지자체가 합동으로 전수조사를 벌인다는 방침이다.

한편 인천 강화경찰서는 이날 화재가 난 캠핑장 내 농가주택을 압수수색, 각종 인허가 문서와 건물·토지 계약서 등을 확보했다. 경찰은 캠핑장 임차업주 김모(52·여)씨와 관리인인 김씨 동생(46), 캠핑장 실소유주 유모(63)씨 등을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를 적용해 입건할 방침이다. 또 캠핑장과 관련된 각종 인허가 과정에서 불법이 있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강화군 관계자를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전날 화재로 숨진 이모(37)씨와 11살, 6살 난 이씨의 두 아들, 천모(36)씨와 천씨의 아들(7) 등 사망자 5명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 부검 결과 이들 모두 유독가스에 중독돼 숨진 것으로 추정됐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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